독실한 크리스천 배우가 무당 역할 맡자마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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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고은 ‘파묘’ 무속인에 푹…”귀신 볼까 봐” 걱정한 이유

“저는 스스로에게 한계를 긋지 않아요.”

영화 ‘파묘'(제작 쇼박스)에서 원혼을 달래는 무당 역할로 전에 없던 강렬한 변신을 감행한 배우 김고은의 말이다. ‘파묘’가 질주 중이다. 지난 2월22일 개봉해 나흘 만에 229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흥행몰이에는 파격 변신 그 이상의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인 김고은이 있다.

젊은 나이에 탁월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톱클래스 무당인 화림은 화려한 굿판을 벌이고, 혼을 불러들이는 경문을 읊고, 영화의 ‘험한 것’과 직접적으로 조우하는 인물이다. “무당으로 투잡 뛰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김고은은 인상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화림 역할을 제안받은 뒤 “굉장히 반가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런 유형의 캐릭터가 많지도 않고 잘 주어지지도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건 안 하고, 어떤 건 하고 싶고…제 안에 그런(구분 같은) 건 없습니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만 어떤 한 작품이 크게 각인되면 비슷한 결의 작품의 제안이 와요. 분명 배우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있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그걸 끄집어내는 도박 같은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죠. 현실도 그런데 제 안에서 한계를 두면 정말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한계’를 두지 않고 화림 역할을 받아들인 김고은은 ‘어떻게 하면 화림처럼 보일지’ 자문을 해준 무속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구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화림은 시나리오상에도 굉장히 매력적이고 포스가 있는 캐릭터였다”고 밝힌 김고은은 “어설프지 않게 표현해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 “무속인 관찰…휘파람 부는 설정, 직접 제안해”

김고은은 “포스, 아우라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면서 “퍼포먼스를 잘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 떨거나 목을 꺾는 등 디테일한 동작들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고은이 실제 무속인들을 관찰하며 만들어갔다.

극중 화림이 박지용(김재철)의 갓난 아기가 계속 우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부는 휘파람은 원래 없었던 장면이지만 김고은의 제안으로 극 속에 녹아들었다.

“현장에서 얘기하다가 휘파람을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선생님들(무속인)이 휘파람을 많이 불더라고요. 각자만의 방식이 있는데 저는 귀쪽을 잡아서 조금 집중하는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었죠. 선생님이 현장에 늘 상주하는 게 아니라서 전화를 걸어 괜찮은 아이디어인지 물어봤습니다. 귀 잡는 모습을 영상통화로 보여주면서 여쭤봤죠.(웃음)”

동물을 죽여 신께 바치는 화제의 ‘대살굿’ 장면을 위해 김고은은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설명도 듣고 여러 동작들을 직접 해봤다”면서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동작이 다르다고 하더라. 의미에 대해서도 알려고 했다. 대살굿 같은 터프한 굿은 요즘은 잘 하지 않아서 유튜브 영상으로 많이 봤다”고 이야기했다.

● 역시 ‘파묘’팀의 메시! 연습 또 연습으로 완성한 화림

‘파묘’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최민식은 김고은에 대해 “‘파묘’팀의 손흥민이자 메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김고은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 자자하다.

“다행스러웠어요. 좋은 평가에 기분이 좋고요. 무속신앙을 잘 몰라서 어색하게 표현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좋은 평을 들어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굿 퍼포먼스를 하고 경문을 외우는 만큼 김고은은 “귀신을 볼까 봐(걱정했다)”라면서 “‘심야괴담회’를 좋아하는데, 너무 쉽게 귀신을 보더라. 선생님에게 저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냐”고 물어봤다.

“선생님이 ‘못 볼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에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않고, 그냥 했어요.(웃음)”

사실 김고은은 역할에 몰입하느라 현장에서 벌어진 ‘기이한 일’을 느낄 틈도 없었다. 화림과 봉길(이도현), 영근(유해진)이 함께 박지용 할아버지의 ‘혼 부르기’ 촬영을 할 때 현장에 있던 유해진과 몇몇 스태프들은 으슬거리며 몸이 아팠지만, 함께 있던 김고은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 장면을 찍을 때 경문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설프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연습했다”면서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파묘’는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스코어 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황이다. 기존 김고은이 출연한 작품 중 최고 스코어는 윤제균 감독의 ‘영웅’으로 거둔 327만명이다.

‘파묘’를 하루 동안 관람한 관객 숫자를 듣고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처음 경험해 봤거든요. 놀라움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사실 모든 현장이 즐겁지만은 않은데,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들이 있거든요. ‘파묘’는 그런 작품 가운데 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파묘’ 이후 김고은은 또다시 변신한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온다. 현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 촬영 중이다. 그는 ‘은중과 상연’에 대해 “굉장히 잔잔한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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