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서 기자 =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무서운 속도로 팬덤을 확장하고 있다.
음반 판매량부터 음원 차트 순위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며 어느새 K팝 주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20일 플레이브 제작사 블래스트에 따르면 오는 4월 13~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플레이브의 첫 팬 콘서트 선 예매 티켓이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특히 이번 선 예매에는 시작과 동시에 7만여명이 동시 접속하며 치열한 티켓팅 경쟁을 치렀다고 한다. 스크린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 아이돌의 무대를 보려는 팬덤이 무려 수만 명에 이른다는 의미다.
플레이브는 5인조 가상 아이돌로, 멤버마다 ‘본체’인 실연자가 있다.
이들 세계관에 따르면 멤버들은 가상 세계인 아스테룸에서 활동하며, ‘테라'(지구)의 팬덤과는 비대면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플레이브에 대한 관심은 가상 아이돌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데뷔 초기에는 플레이브에 제대로 된 곡을 주는 프로듀서도 없었고, 콘서트 대관도 쉽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그해 9월 플레이브가 출연한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에 팬덤 ‘플리’ 약 5천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상 아이돌로서의 한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발매된 미니 2집은 첫 주 판매량이 56만장을 넘어섰고, 수록곡 전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달 11일에는 데뷔 1년 만에 MBC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해 버추얼 아이돌 최초 지상파 음악방송 1위라는 기록도 세웠다.
같은 달 1~17일에는 더현대 서울에서 데뷔 1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이 또한 팬들의 열정적인 호응 속에 성황을 이뤘다.
가요계는 이러한 플레이브의 인기를 설명하는 데 K팝 아이돌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전형적인 K팝 아이돌의 활동 방식을 통해 좋은 노래와 실력, 외모, 서사 등을 무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실제 모든 곡의 작사·작곡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브의 곡은 ‘이지 리스닝'(듣기 편한) 추세를 확연히 반영한 곡이 주를 이룬다. 멤버 노아는 지난달 열린 쇼케이스에서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곡에 대중적 요소를 많이 넣는다”며 “가사에 저희 서사도 많이 담으려고 하는데 그 점을 (팬들이) 좋아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레이브는 매주 두 차례씩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팬들과의 대면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이 오히려 팬덤 확장의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여기에 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티스트와의 비대면 소통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부 팬덤은 라이브 방송에서 생기는 ‘랙'(지연 현상)조차 일종의 재미 요소로 받아들이면서 아이돌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듯 덕질(팬덤 활동)하기도 한다.
외모 면에서도 순정 만화 캐릭터처럼 완벽한 모습으로 연출된 K팝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일각의 의견이다. 여전히 2D에 위화감을 느끼는 팬들도 있지만, 단순한 취향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플레이브의 팬덤은 K팝 아이돌 팬덤과 2D 애니메이션 팬덤 등이 혼재돼 있다”며 “차원의 벽을 넘나드는 팀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가상 아이돌은 열애설이나 마약 등 ‘탈덕'(덕질을 그만두는 것)을 유발하는 사건사고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갖췄다. 팬들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고, 소속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줄어든다.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가 이 이상 팬덤을 확장할 수 있을지는 기술적 요소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지난달 쇼케이스에서 “기술적 한계가 가장 큰 건 라이브 콘서트”라며 “퀄리티를 높여 최종적으로는 월드투어를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