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범죄자 누명’ 여성, 최근 인생역전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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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리포트] ‘연대’의 상징, 메릴 스트립 “희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희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이 칸 국제영화제의 초반을 확실하게 책임지며 뜨거운 열기를 이끌었다.

지난 15일 새벽(한국시간) 제77회 칸 국제영화제가 축제의 시작을 알린 가운데 개막식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단연 메릴 스트립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는 순간이 꼽힌다.

영화제 메인 무대인 팔레 데 페스티발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이날 개막식에서 스트립은 무대에 오른 뒤 2분여 동안 객석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메릴 스트립을 “국제적인 보물”이라고 부른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울먹이며 “당신은 영화에서 우리가 여성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당신은 우리가 영화계에서 여성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다”면서 “우리가 자신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찬사했다.

이날 메릴 스트립은 1988년 ‘어둠 속의 외침’에서 유아 살해범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인물을 연기하며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35년 만에 칸 무대에 섰다.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연대기가 담긴 영상을 보면서 “마치 초고속 열차의 창밖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며 젊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무 많은 얼굴과 너무 많은 장소가 기억난다”고 밝혔다.

스트립은 “35년 전 칸에 처음 왔을 때, 저는 이미 세 아이의 엄마였고, 마흔이 가까워지고 있었다”면서 “제 커리어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당시 여배우로서 비현실적인 상황은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그랬던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힘으로 “함께 일한 훌륭한 예술가”들을 꼽았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제 얼굴을 지겨워하지 않으셔서 정말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메릴 스트립이 젊은 배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날 오후 메릴 스트립은 팔레 데 페스티발의 드뷔시 극장에서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과 함께 일한 감독들에 대해 떠올렸다.

미국 전역의 여성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연대단체인 ‘타임즈 업’에 참여하는 등 영화계에서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메릴 스트립은 “현재 여성의 역할은 놀랍다”고 짚었다.

그는 “남성들이 저에게 와서 ‘당신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한 첫 번째 영화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젊은 배우들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는 캥탱 뒤피외 감독의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 상영을 시작으로 12일간의 항해에 돌입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는 경쟁부문에서는 요르고스 란티모 스감독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알리 압바스 감독의 ‘어프렌티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메갈로폴리스’ 지아장커 감독의 ‘코트 바이 더 타이즈’ 등 총 22편이 선보인다.

한국영화는 2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지만, 세 편의 또 다른 섹션에서 소개된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완성도 높은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오는 21일 공개된다. 류 감독과 주연 황정민과 정해인이 시사회와 함께 레드카펫도 밟는다. 국내외 매체들과 인터뷰도 예정됐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는 칸 클래식 부문을 통해 선보인다.

전 세계 영화 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가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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