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인터뷰] ‘베테랑2’ 류승완 감독 “1000만 목표? 차라리 은퇴한다”
“이곳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 짧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칸 국제영화제의 메인 무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자신의 작품 ‘베테랑2’상영을 마친 뒤 이 같이 말했다. 오랫동안 꿈꿨던 무대를 끝마친 후련함이 느껴지는 소감이었다.
“뤼미에르 대극장 안으로 첫 발을 딛는 순간에 ‘여기 오는 게 이렇게 오래 걸렸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나고 나서는 너무 긴장을 해서 입에서 쓴내가 나더라고요.”
류 감독은 2005년 감독주간에서 ‘주먹이 운다’를 선보인 뒤 19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공식 섹션 초청은 처음이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레드카펫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다. 설렘을 예상했지만 류 감독은 “레드카펫으로 가는 차 안에서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보통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본 뒤 해외 관객을 만나는데, 이번엔 반대잖아요. 너무 긴장을 해서 감격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홀가분한 느낌은 받았어요. ‘이제 내 일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은 이걸 어떻게 2년에 한 번씩은 하나 모르겠어요.”
● ‘베테랑2’가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은 이유는?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은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의 한판 대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강한 작품이다.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범죄오락액션 장르의 문법에 충실했고, 1341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했다.
2편은 1편의 성공 공식을 깨부순다. 조태오라는 강력한 악의 축으로 전개를 이어갔던 1편과 달리 2편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류 감독은 “1편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을 대본에서 선언했다”면서 “1편이 크게 성공했고 관객들이 반복해서 보는 작품이 된 만큼 배신감을 완충시키기 위해 오프닝은 경쾌하게 시작한다”고 짚었다.
그의 말처럼 ‘베테랑2’는 황정민을 비롯해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베테랑’의 강력범죄수사대가 돌아왔음을 강렬하게 알리며 포문을 연다.
“관객들이 원하는 전채요리를 먼저 선사하고 편안해지면 ‘오늘의 요리는 홍어야!’라면서 (진짜 이야기를)던지는 거죠. 하하.”
이는 1편의 성공 이후 2편 개봉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영화 역사를 보면 성공을 재탕하려는 순간 늪에 빠지게 된다”면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과거의 성공을 끌어왔다가 폭삭 주저앉은 적이 있다”면서 2008년 개봉한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언급했다. 이 작품은 류 감독이 2000년 인터넷에서 공개한 ‘다찌마와리’를 극장판으로 제작한 영화다.
“성공에 기대고 안주하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봐요. 가급적이면 이전에 만들었던 것으로부터 멀리 가고 싶습니다.”
●”1편은 답이 명확하다면, 2편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는 ‘솜방망이 처벌’ 등 사법체계의 허점, 사이버 렉카(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유튜버를 지칭하는 용어) 등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녹여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이슈들은 모든 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라면서 이러한 사회 문제를 끌어들인 “근원적인 연출의 지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1편이 답이 명확한 구조의 영화라면 2편은 질문의 영화이길 바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답을 얻으면 그 순간은 시원하지만, 금방 휘발되죠. 좋은 질문이 더 오래가요. 저도 답을 못 찾고 있어서 비겁할 수 있지만 질문을 던진 거죠.”
전편이 ‘1000만 영화’에 등극한 만큼, 2편에 대한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말에 류 감독은 “신 앞에서 말할 수 있는데 제 영화의 목표가 1000만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 한 분 한 분이 소중해요. 저는 그분들에게 1만5000원이 아닌 마음을 훔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뜯어내는 건 ‘앵벌이’잖아요. 만약 1000만 영화가 제 목표가 된다면 은퇴하는 게 차라리 나을 거예요.”
2편이 개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르지만 3편에 대해서 류 감독은 “과거부터 논의하고 있었던 것은 있다”면서 “다음 영화가 ‘베테랑3’는 아니지만 9년 안에는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1일(한국시간)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베테랑2’를 상영한 주역들. 왼쪽부터 주연 정해인과 황정민, 류승완 감독. 관객들은 이들에게 5분여간 박수를 보냈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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