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는 어떻게 ‘모래시계’와 비견되는 작품이 됐나
“반응은 거의 ‘모래시계’야.”
웹 예능 ‘살롱드립’에서 MC 장도연은 ‘선재 업고 튀어’를 두고 꺼낸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연출 윤종호, 김태엽)는 종영을 하루 앞둔 27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5.3%(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달성했다. 시청률로만 보면 ‘모래시계'(최고 시청률 64.5%)와 비교할 수 없지만, ‘체감 인기’ 만큼은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방송 당시 ‘귀가 시계’로도 불린 ‘모래시계’ 급이다.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의 미친 자)들로 인해 온라인 화제성을 독점했고, 최종회 단체관람 이벤트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준비된 1000석이 매진되는 데는 채 5분이 안 걸렸다.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둔 ‘선재 업고 튀어’가 ‘국민 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 이클립스의 멤버 류선재(변우석)의 열성팬인 임솔(김혜윤)이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펼치는 이야기다.
삶의 의지를 놓아버렸던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임솔이 2008년으로 돌아가 펼쳐지는 타임슬립 로맨스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를 펼쳐내고 있는 작품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공개 전까지만 해도 기대작으로 꼽히지 않았으나 방송 이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타이틀롤인 선재 역의 변우석은 본명 대신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본명을 잃은 스타’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다.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에 따르면 5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선재 업고 튀어’는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주연을 맡은 변우석과 김혜윤은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3주 연속 각각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인기 역시 뜨겁다.
5월23일 기준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방영 6주차에도 여전히 130개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등 6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국가만 109개국에 달한다.
● 레트로 감성→시청자 과몰입 유도한 로맨스 서사
‘선재 업고 튀어’는 극 초반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복고 감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8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 임솔은 식빵 리필이 가능한 생과일 전문점 ‘캔모아’에 가고, 그 당시 거의 유일한 SNS였던 ‘싸이월드’로 일촌 맺기 신청을 한다. 마지막 폴더폰 시대로, 등장인물들은 슬라이드폰과 폴더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MP3로 음악을 듣는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비디오 대여점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썹 위로 올라오는 짧은 앞머리, ‘초코송이’ 헤어스타일과 그 시절 ‘유행템’인 지샥 손목시계 등도 섬세하게 구현했다.
추억의 음악은 로맨스 서사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안겼다.
브라운 아이즈의 ‘점점'(2002년)과 김형중 ‘그랬나봐'(2003년), 러브홀릭 ‘러브홀릭’(2003년), 윤하 ‘우산'(2008년),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2009년) 등의 노래가 흘러나와 반가움을 더했다.
복고 감성을 기반으로 한 변우석과 김혜윤의 청량한 하이틴 로맨스로 시선을 붙잡은 ‘선재 업고 튀어’는 류선재의 첫사랑이 임솔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난 2회를 기점으로 반응이 더욱 열광적으로 바뀌었다.
임솔의 일방적인 사랑인 줄 알았던 로맨스가 사실은 ‘쌍방’의 감정이었고, 임솔에 앞서 류선재가 먼저 먼저 좋아하는 사실, 임솔은 이를 15년 동안 알지 못했다는 설렘 가득한 반전이 공개되면서 시청자의 관심은 폭발했다.
임솔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구해준 당사자가 류선재였다는 사실 또한 애틋함을 유발했다. 이처럼 15년 동안 임솔만 바라본 류선재의 순애보는 시청자의 과몰입을 이끌었고, 변우석 신드롬도 출발했다.
이뿐만 아니다. 드라마는 류선재의 죽음에 얽힌 연쇄살인마 김영수(허형규)의 존재로 인한 스릴러적 요소 등 탄탄한 서사와 다채로운 관람 포인트로 화제를 이어갔다.
● 김혜윤·변우석 “차기작 함께 찍어” 팬들 요청 이어져
배우들은 각각의 인물에 완전히 빠져든 모습으로 드라마 속 상황이 현실이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열망을 자극했다.
김혜윤은 정확한 발음을 기반으로 기쁨, 슬픔, 좌절 등 다양한 감정을 녹여낸 눈물 연기를 선보였고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빛나게 해주는 탁월한 호흡도 과시했다. 벌써부터 김혜윤이 차기작에서 어떤 남주인공과 함께 호흡을 맞출지 궁금증을 안기고 있다.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 역할은 처음부터 김혜윤이었다. 실제로 극본을 쓴 이시은 작가는 임솔 역에 김혜윤을 정해두고 대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호 PD는 “(작가가)김혜윤이 안 된다고 했으면 작품 성사가 안 됐을 거라고 말씀했을 정도로 배우의 역할이 중요했다”면서 김혜윤이 아닌 임솔은 생각할 수 없다는 찬사를 보냈다. 연출자의 설명처럼 실제 시청자들 평에서도 이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룬다.
변우석은 약도 없다는 ‘월요병’을 이겨내겨 해주는 존재로 등극해 ‘선재 업고 튀어’ 인기의 진원지이자, 동시에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임솔을 향한 ‘애틋한 순애보’와 ‘직진 로맨스’로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일약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변우석은 임솔을 보자마자 첫사랑에 빠진 19살의 순수한 모습과 임솔을 구했지만 “왜 살렸어”라며 자신을 원망하는 임솔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내며 여심을 공략했고 ‘선친자’로 상징되는 팬덤을 탄탄하게 쌓았다.
그가 극중 밴드 이클립스 보컬을 맡아 부른 노래 ‘소나기’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 ‘톱100’에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28일 기준 ‘소나기’는 에스파, 뉴진스, 지코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차기작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27일 공개된 ‘살롱드립’ 게스트로 함께 출연했는데, “이 둘이 ‘궁’ 리메이크해야 한다” 댓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산’은 류선재와 임솔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극의 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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