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 나서려는 여성들,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두 편의 드라마가 최근 극중 캐릭터들이 처한 위기를 극적으로 담아내며 시청자 눈길을 끌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그리고 JTBC ‘정숙한 세일즈’이다.
두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이들이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현실을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손 내미는 위로와 연대의 굳건한 힘으로 위기를 이겨낼 디딤돌을 구축해가고 있다.
10일 10회분 방송 이후 결말까지 2회분만을 남겨둔 12부작 ‘정년이’는 타고난 재능 위에 그야말로 “목이 부러진” 일명 “떡목”의 피울음 속에서도 최고의 국극배우를 향해가는 윤정년(김태리)의 좌절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허영서(신예은)의 말대로 “혼자가 아니”다. 이미 정년의 경쟁자가 되길 원했던 허영서의 속 깊은 이해와 따스한 동료 홍주란(우다비)의 위로, 매란국극단장 강소복(라미란)의 기다릴 줄 아는 배려심 등이 그의 곁에 있다. 그 누구보다 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이제 막 소리를 인정하기 시작한 어머니 (문소리)가 있다.
‘정년이’가 막바지로 치달아가면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정년뿐 아니라 대부분 인물이 각자 처한 자리에서 모두 각기 이유로 또 그만큼 각자의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자신들 각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서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로 함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숙한 세일즈’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성(性) 관념으로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성인용품 방문판매에 나선 네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김소연과 김성령, 김선영과 이세희 등 일명 ‘방판 시스터즈’는 각자 삶의 아픔을 안고 있는 인물들. 먹고 살기 위해서든, 따분한 일상의 새로운 활력소를 위해서든 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관한 한 거리낌과 부끄러움이 없다. 아니, 애써 이를 감추고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아 나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편견이라는 현실의 높은 장벽. 성에 관한 한 무엇이든 조심스럽고 감춰야 하며 절대 드러내 공유해서는 안 되는 세상과 시대였다. 그러니 이들은 서로에게 기대며 함께 나아갈 수밖에.
그런 점에서 이들은 용감하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스스로 용품을 사용해보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쾌감을 얻어가기도 한다.
“우리 ‘방판 씨스터즈’가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극중 대사는 네 사람의 우정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여성들의 연대를 희망한다. 시청자의 시선 역시 그 희망으로 향하며 공감대를 쌓아간다.
‘정숙한 세일즈’의 주연 김소연은 “1990년대 보수적 시대에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그 부분이 우리 드라마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직후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 ‘정년이’의 연출자 정지인 PD도 “그때 여성들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이는 지금도 이어진다”면서 “그 시대의 사람과 지금의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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