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렸던
80년대 하이틴 스타의 고백
1980년대, 최재성은 마치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하는 반항적인 고등학생 이미지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잘생긴 외모와 특유의 카리스마로 최재성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그는 주연 오혜성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원작 만화의 팬들은 물론 대중들도 그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며 “오혜성 그 자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 영화의 성공 이후, 이현세 원작 만화들이 영화화되는 흐름이 이어졌지만, 최재성만큼 배역에 잘 어울린 배우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쉽지 않았던 데뷔의 길
그러나 그가 이처럼 화려한 청춘스타로 자리 잡기까지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권투선수 지망생으로 시작한 그의 젊은 시절은 열정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청소년기에 권투선수를 꿈꿨던 최재성은 중학교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다.
“매를 너무 많이 맞는다”라는 이유로 부모는 그의 권투선수 꿈을 적극적으로 막았고, 결국 그는 한 차례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다시 권투의 세계에 도전하며 페더급 경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직전 친구의 실종 소식을 접한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지방으로 내려갔고, 끝내 경기에 불참하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권투 사범은 그에게 “그만둬!”라며 질타했고, 최재성은 미련 없이 권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그는 서울예술전문대학 방송연예학과에 진학하면서 연기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뱀까지 먹어야 했다고?
최재성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였다. 이 드라마는 그의 연기 경력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드라마 속 “뱀 먹는 장면”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당시 그는 진짜 뱀을 씹어 먹는 연기를 했고, 이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촬영 당시 뱀에서 나는 비린내와 피비린내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최재성은 “살이 굉장히 딱딱하고 탄력이 있어 뜯어지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비린내에 놀란 그는 그 감정을 연기에 그대로 녹여냈고, 덕분에 장면은 더욱 실감 나게 완성되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채시라 역시 “최재성이 이 장면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또 다른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철조망 키스신이다. 당시 중국 하얼빈에서 진행된 촬영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현장에는 약 3천 명의 군중이 모여 있었다.
그 와중에도 최재성과 채시라는 몰입감을 잃지 않고 장면을 완벽히 소화했다. NG는 두 번뿐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연기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활약으로 하이틴 스타는 물론 성인 연기자로서도 성공한 최재성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1980년대 그의 라이벌로 꼽히던 배우 박중훈은 “최재성이야말로 1인자였다”며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당시 대중들에게 최재성은 단순히 잘생긴 스타가 아닌, 꾸준한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진정한 배우로 각인되었다.
이처럼 권투선수의 꿈을 접고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펼친 최재성. 때로는 뱀을 씹는 고난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연기 열정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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