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아픔을 접하면 마음이 쓰이고 가슴이 아리는 법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그 아픔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리얼 페인’은 이러한 아픔에 대해서 묻는다.
‘리얼 페인’은 폴란드로 할머니 추모 여행을 떠난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폴란드는 할머니의 고향으로, 할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하는 벤지를 위해 데이비드가 이번 여행을 준비했다. 사촌인 두 사람은 어릴 때에는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냈지만 크면서 사이가 멀어진 상태다. 성격도 생각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은 공항에서 만난 순간부터 사사건건 부딪친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데이비드와 벤지의 모습은 앞으로의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을 암시한다.
데이비드와 벤지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서 선택한 여행은 유대인 학살이 행해진 장소를 둘러보는 ‘홀로코스트 단체 관광’이다. 두 사람 외에도 이혼, 집단학살 등 갖가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이번 여행에 함께한다.
벤지는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금세 친해져 스스럼없이 어울리지만, 이번 여행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 과거(역사)의 아픔에 외면하는 것 같은 일행의 태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벤지에게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헤아리려 하는 데이비드를 통해서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게 된다.
처음과 끝의 얼굴 변화가 없는 데이비드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감이 짙어지는 벤지의 얼굴이 시선을 붙든다. 여행이 끝나고 데이비드가 아내와 딸이 있는 뉴욕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벤지는 공항에 남는다. 사람이 붐비는 공항에 쓸쓸하게 앉아 있는 벤지의 얼굴에는 여행 내내 감추고 있었던 깊은 우울감이 드러난다. 영화는 이 순간의 얼굴을 놓치지 않고 ‘진짜 아픔’에 대해 묻는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들이 역사 여행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더듬으며 각자가 가진 현재의 아픔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다. 여행을 하면서 둘 사이에 해묵은 갈등을 드러나고 카메라는 이들이 가진 콤플렉스를 포착해낸다. 데이비드와 벤지의 여행은 개인의 아픔, 내면을 탐구하는 여정인 것이다. 이 과정을 유머러스한 대사로 지루함 없이 풀어낸다.
‘리얼 페인’은 아이젠버그의 두 번째 연출 작품으로,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아이젠버그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주연인 데이비드까지 연기해 완성했다. 첫 번째 연출작 ‘웬 유 피니시 세이빙 더 월드’로 2022년 선댄스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연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번 작품으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리며 또 한 번 걸출한 감독임을 증명했다.
여기에 벤지 역의 키에란 컬킨은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의 이유를 납득시키는 연기를 보여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다가 어느 순간 웃지만 웃고 있는 게 아닌 얼굴로 내면의 아픔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주제를 곱씹게 하는 연기로 컬킨은 여운을 남긴다.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 출연 : 제시 아이젠버그, 키에란 컬킨 외 / 제공·배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개봉일: 1월15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0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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