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울 것 없을 줄…”
재벌가 며느리의 24년
1960년대 인기 여성 듀오 펄시스터즈의 멤버로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배인순은 최근 방송을 통해 재벌가 며느리로 살았던 24년간의 결혼 생활을 회상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1976년 당시 동아그룹 회장이었던 故 최원석과 결혼했지만, 24년 만인 2000년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남들이 보기엔 화려한 삶이었지만, 그 속은 철저한 위계질서와 통제된 일상이었다.
남편을 ‘회장님’이라 불렀다
배인순은 신혼 초부터 남편과의 관계가 일반적인 부부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여보”라고 부르려 해도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고, 대신 “회장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졌다.
심지어 집에는 비서들까지 상주하며 일상을 관리했고 그는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비서들과 함께 줄을 서서 인사를 해야 했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배인순은 “파란 걸 보고 까맣다고 하시더라. ‘어머니 이건 파란색인데요’라고 말한 죄로 계속 야단을 맞았다.”며 시어머니의 화를 풀기 위해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지었다”며 빌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유 없는 꾸중이 반복됐고, 때로는 한밤중에 전화가 와 “네 생각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하면 다시 시댁으로 가 무조건 사과해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시어머니가 살던 동네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사라진 위자료 25억 원
결국 배인순은 2000년, 22년 만에 25억 원의 위자료를 받고 결혼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녀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이 그를 짓눌렀다. 그는 “이혼하고 나서 5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웠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을 하다 바로 결혼을 한 탓에 세금 납부조차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는 그는 결국 사기꾼들에게 속아 위자료 25억 원을 모두 잃었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배신감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막내아들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배인순의 고백에 누리꾼들은 “역시 드라마에서나 좋아 보이는구나”,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부부가 아니라 직원 같은 느낌일 듯”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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