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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천사 같은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포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수수께끼 같은 소년.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의 초반에 설명되는 밥 딜런의 모습이다. 할리우드 톱스타의 계보를 잇는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의 등장과 동시에 아직은 어리숙하지만 자신의 노래를 세상에 들려줄 준비가 된 싱어송라이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야심찬 연기를 펼친다.
밥 딜런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으로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딜런은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데이비드 보위 등과 함께 전 세계 대중음악사를 이끌고 노랫말을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8년에는 퓰리처상을, 2016년에는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평가와 함께 뮤지션으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로건’과 ‘포드 V 페라리’ 등 영화로 묵직한 연출력을 선보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컴플리트 언노운’은 반항과 자유,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로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밥 딜런의 청년 시절을 그린다. 뉴욕에 갑자기 나타난 딜런의 성공과 함께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자신만의 길 사이에서의 방황하는 모습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도전까지 담는다.
● 시대를 읽은 밥 딜런의 여정을 따라
‘컴플리트 언노운’은 1960년대 초반 뉴욕 음악계를 배경으로 19세 뮤지션 밥 딜런(티모시 샬라메)이 시대를 노래하는 포크의 아이콘이자 음유시인으로 나아가는 4년의 여정을 따라간다. 포크 가수로 시작해 콘서트홀에서 노래를 부르고 차트 정상에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밥 딜런은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획기적인 일렉트릭 로큰롤 공연으로 정점에 다다른다.
딜런은 우상이자 포크 음악의 거장인 우디 거스리(스쿳 맥네이리)가 입원 중인 병원에 찾아가 자작곡인 ‘송 투 우디'(Song To Woody)를 들려준다. 우디를 찾아오는 유일한 방문객인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는 딜런을 눈여겨보고 그를 포크계의 젊은 얼굴로 데뷔 시킨다.
그 길은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는 실망과 좌절 속에서 딜런은 불안한 시대를 관통하는 가사를 노래하며 마침내 성공 가도에 오른다. 밥 딜런이 노래한 1960년대의 미국은 쿠바 미사일 위기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마틴 루서 킹으로 대표되는 민권 운동 등 격변기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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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딜런과 두 여성의 갈등도 다룬다. 딜런은 여자친구 실비 루소(엘 패닝)를 만나면서 포크 가수인 조안 바에즈(모니카 바바로)와도 복잡한 관계를 이어간다. 실비가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존재라면, 조안은 함께 듀엣 공연을 하는 등 음악적인 동반자이자 경쟁자였다. 유명세를 얻었지만 딜런은 대중이 원하는 방식대로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영화는 포크 음악계를 뒤흔드는 딜런이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통해 후반부 절정으로 달려간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딜런은 포크 순수주의자들의 야유와 비난 속에서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과 ‘매기스 팜'(Maggie’s Farm)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다. 이에 경악한 순수주의자들로 인해 현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이때 샬라메는 대중의 기대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 딜런의 저항정신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딜런은 1960년대 뉴욕에서 새로운 포크음악의 필요성을 읽었고, 그의 통찰력과 고집은 오늘날의 딜런을 신화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제목인 ‘컴플리트 언노운’은 1965년 딜런이 발매한 ‘라이크 어 롤링 스톤’의 가사에서 따왔다. 포크 록 장르의 시초가 된 곡으로, 통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하던 기존의 포크 음악과 달리 일렉트릭 기타로 공연을 강행해 논란의 중심에 선 노래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딜런의 청년 시절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아 스크린 위에 펼친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실제 사건에 기반하지만, 시간을 압축하거나 사건의 순서를 재구성하기도 했다. 맨골드 감독은 이 작품이 밥 딜런의 생애 중 특정 기간을 다루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의 인생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안전하고, 전형적인 전기 영화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가 남긴 아쉬움이다. 또한 영화는 딜런이 선택하는 방향을 예측 가능한 수순으로 보여준다.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딜런과 두 여성의 서사가 뚝뚝 끊기고, 특히 실비는 딜런과 조안 사이에서 수동적인 역할만을 부여받은 듯한 인상이다.
● 무려 5년6개월…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으로 변한 시간
티모시 샬라메는 밥 딜런 그 자체가 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2020년 촬영 예정이었던 ‘컴플리트 언노운’은 코로나19와 할리우드 파업 등으로 촬영이 지연되다가 지난해 3월에서야 첫 삽을 떴다. 미뤄졌던 그 시간을 샬라메는 딜런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밥 딜런이란 종교에 빠져들었다”는 말로 영화에 참여한 5년의 시간을 설명한 티모시 샬라메는 딜런의 공연과 인터뷰를 보며 그의 자세나 목소리 등 세부적인 요소들을 습득했고 음악도 공부했다. 그렇게 딜런에 몰입한 샬라메는 현장에서 딜런의 대표곡들을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며 영화에 역동성과 진정성을 더했다.
샬라메는 촬영 스케줄표에 본명이 아닌 ‘밥 딜런’으로 표기하고, 촬영하는 동안 주변 사람과의 만남도 허락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끈질기게 집중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의 노력은 영화 속에 온전히 드러난다. 기타와 하모니카를 자연스럽게 연주하고, 불확실하지만 대담한 자신감으로 뭉친 젊은 시절의 딜런을 스크린에 뜨겁게 소환했다. 딜런 특유의 대화하거나 읊조리는 듯한 창법과 거친 목소리 또한 절묘하게 재연했다. 샬라메는 2017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이번 작품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오스카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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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맨골드 / 출연 : 티모시 샬라메, 에드워드 노튼, 엘 패닝, 모니카 바바로, 보이드 홀브룩, 댄 포글러, 노버트 리오 버츠, 스쿳 맥네이리 외 / 제작 : 서치라이트 픽처스 / 수입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배급 : 서츠라이트 픽처스·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개봉일: 2월26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7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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