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성비 바캉스’는 역시 극장이다. 시원한 극장에서 커다란 스크린과 오감을 자극하는 사운드로 영화를 보며 즐기는 휴식, ‘극캉스’의 시즌이 시작됐다. 30일 개봉한 조정석의 ‘좀비딸’과 일주일 전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안효섭과 이민호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 본격적인 대결에 돌입했다.
‘좀비딸’과 ‘전지적 독자 시점’은 모두 판타지 설정으로 상상력을 확장하지만 소재나 분위기가 전혀 다른 영화들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분투를 그린 ‘좀비딸’이 웃음을 더한 따뜻한 휴먼 드라마라면,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이 가상의 세상에서 극한의 미션을 격파하는 과정을 다룬 ‘전지적 독자 시점’은 긴박한 블록버스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각각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영화화를 시도한 부분은 공통점이다.
두 영화의 맞대결이 이뤄지는 첫 날인 30일 오전 8시 기준 예매율에서는 ‘좀비딸’이 앞서고 있다. 예매율 42.3%, 예매관객 35만481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다. 먼저 공개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예매율은 9.5%, 예매관객 7만9696명이다.

● 웃음을 더한 울림…’좀비딸’ 가족관람 맞춤
‘좀비딸'(연출 필감성·제작 스튜디오N)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혐오와 갈등이 팽배한 세상이 배경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가 사람의 말에 반응하자, 아빠 정환(조정석)은 맹수 사육사의 경험을 살려 딸을 훈련하기 시작한다. 인간처럼 보이게 해, 딸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환의 눈물 나는 분투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의심이 초반부 웃음을 책임진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정환의 부성애를 중심으로 뭉클한 울림을 자아낸다.
영화의 원작인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은 국내는 물론 일본과 북미 등 해외서도 폭넓게 사랑받았다. 익숙한 존재인 좀비를 다루지만, 좀비를 피하고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닌 ‘지켜야 할 가족’으로 설정하고 가족애를 근간에 둔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원작의 핵심 정서는 영화로도 이어진다. 조정석을 중심으로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로 이어지는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은 때론 폭소를, 때로는 애틋한 감동을 만든다.
조정석은 극중 정환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빼닮았다고 밝히면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정환을 보면서 “이거 난데? 싶었다”며 “6살 딸의 아빠로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기대를 걸었다.
‘좀비딸’은 개봉 당일 오전 예매관객 35만명이 증명하듯, 올해 여름 한국영화 3편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배포를 시작한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혜택이 집중되면서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족애를 내세운 좀비물로 가족 단위 관객을 불러 모을 것으로도 보인다.

● 현란한 액션…’전지적 독자 시점’의 패기
안효섭과 이민호가 주연한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은 ‘극캉스’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다. 러닝타임 117분 동안 눈앞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의 세계와 현란한 액션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만큼 금방이다.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 김독자(안효섭)가 10년간 고집스럽게 읽은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이 멸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상이 무너진 뒤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통쾌해야 할 미션이 주어지고, 김독자는 혼란과 위기 속에서 만난 동료들과 미션을 하나씩 격파해 나간다. 이민호는 김독자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 유중혁으로 영화의 한 축을 맡는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최대 강점은 영화를 꽉 채운 현란한 액션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액션은 기괴한 형상의 여러 괴수들에 맞설 때 빛을 발한다. 스크린을 꽉 채운 괴수들과 김독자 및 그 일행의 활약이 뒤돌아볼 겨를 없이 이어지면서 몰입감을 선사한다.
개봉 2주째에 접어든 ‘전지적 독자 시점’은 ‘좀비딸’의 개봉으로 치열한 대결에 접어든다. 29일까지 74만2426명을 동원한 가운데 2주째 주말에 100만 돌파를 노린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안효섭의 활약에 대한 호평과 나나, 신승호, 채수빈 등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집중된 만큼 ‘좀비딸’과 함께 쌍끌이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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