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그래픽 같지만 엄연히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당당하게 뽑힌 주인공이다. 감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배를 까고 눕는 여유도 보였다. 능청스러운 성향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적재적소에 등장해 반전의 웃음을 선사하는 존재, ‘묘 배우’ 애용이가 영화 ‘좀비딸’의 결정적인 신스틸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애용이의 본명은 금동이. 치즈태비 종 가운데 처음으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고양이 배우다. ‘좀비딸'(제작 스튜디오N)의 원작인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의 열혈 팬들은 영화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각 캐릭터 가운데 ‘원작과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지닌 주인공으로 애용이를 지목하고 있다.
애용이라는 이름은 ‘야옹’에서 따왔다고 생각하면 금물. 사랑 애(愛), 솟을 용(聳)자로 이뤄졌다. 사랑이 솟는 고양이 애용이는 ‘좀비딸’에서 아빠 정환(조정석)과 딸 수아(최유리)가 키우는 반려묘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아를 훈련시키는 아빠와 할머니 밤순(이정은)의 분투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시시때때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캐릭터다. 이를 통해 정환 가족의 구성원으로 매력을 발휘한다.
원작에서도 애용이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양이로 통했다. 분명 고양이인데 인간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면서 정환 가족을 웃기고 울렸다. 심지어 가족들과 둘러앉아 쌈을 싸먹는 모습까지 포착되면서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인간인지 고양이인지’ 헷갈린다는 궁금증을 낳은 존재다.

● 고양이 캐스팅 고집한 이유는?
웹툰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환과 수아, 밤순 등 주요 캐릭터뿐 아니라 애용이를 어떻게 구현할지도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애용이는 원작의 마스코트로 꼽히는 인기 캐릭터. 필감성 감독은 처음부터 애용이는 CG가 아닌 실제 고양이를 캐스팅해 촬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원작 속 모습과 가장 어울리는 고양이 찾기에 나섰다. 원작의 애용이와 같은 품종인 치즈태비를 가능한 대로 많이 섭외해 사진과 영상 등으로 1차 테스트를 거쳤고, 이를 통해 선발된 4마리의 고양이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필감성 감독은 애용이를 뽑는 오디션에 대해 “최종 4마리가 후보에 올라 오디션 장소로 데려와 적응력을 시험했다”며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다른 친구들은 도망치고 올라가고 숨기 바깠는데 금동이만 배를 까고 누워 ‘이제 어쩔 건데’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쳐다봤다”고 돌이켰다.
감독은 금동이의 “당돌함이 마음에 들었다”며 “품에 안아보니 달관한 표정으로 푹 안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순간, 감독의 마음을 빼앗은 금동이가 애용이 역할에 전격 캐스팅됐다.
사실 애용이를 실제 고양이로 캐스팅해 촬영하겠다는 선택에는 여러 우려가 따랐다. 동물들이 실사 영화에 출연할 경우 컨트롤이 어려운 데다, 특히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필요에 따라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용이는 출연 분량도 많았다.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필감성 감독은 “애용이는 ‘좀비딸’의 정체성이기에 타협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감독 역시 ‘고양이 집사’인 상황은 애용이 캐스팅 과정은 물론 촬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애용이를 다루는 방법, 연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법을 알고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물론 미세한 부분을 연기할 때는 CG의 도움을 받았고, 출연 배우들을 통틀어 NG를 가장 많이 낸 ‘배우’도 어쩔 수 없이 애용이였다. 그래도 특유의 당당한 매력으로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을 자극한 존재였다. 애용이와 주로 연기한 배우 조정석은 “동물이 (연기를)잘한다는 게 어불성설 같지만 애용이를 연기한 금동이는 정말 연기를 잘했다”며 “적재적소에 표현해야 할 것들을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밝혔다.
‘묘 배우’ 애용이의 맹활약은 ‘인간 배우’들을 긴장케 했다. 조정석과 이정은 등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우리보다 애용이가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긴장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엄연한 주연 배우이지만 애용이는 영화 개봉 이후 진행되는 무대인사에는 참여하지 않아 아쉬음을 남긴다. 대신 사진으로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개봉일인 30일 열린 무대인사 때는 조정석이 애용이에 이입해 관객과 인사를 나누면서 영화만큼이나 큰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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