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킹스’ 100만] 장성호 감독 “이제 애니메이션의 시기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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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킹스’를 연출한 장성호 감독. 사진제공=모팩스튜디오

“쉽지 않은 시기에 애니메이션 영화로 100만명이 관람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해요. 개봉 당시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나올 거라고 생각 못 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지난 3일 누적관객수 10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하면서 흥행 성과를 거둔 가운데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은 장성호 감독이 벅찬 소감을 밝혔다. 100만 돌파 기록이 알려진 직후인 4일 오전 전화통화로 만난 장성호 감독은 “지금의 성과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장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흥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봉 전에 주변의 경험 많은 분들도 20~30만명 정도를 예상했다”며 “영화 특성상 교회의 단체 관람이 이뤄진다면 50만명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돌이켰다.

결과적으로 장성호 감독과 주변의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킹 오브 킹스’는 3주째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94만여명)을 넘고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4위의 기록도 세웠다.

3주 만에 100만 돌파는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다. 흥행 원동력을 묻자 장성호 감독은 “영화를 본 분들이 주변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덕분”이라며 “소재 자체가 예수님의 이야기다 보니 교회 단체 관람이 활발했던 걸로 알고 있다. 또 SNS를 통해 N차 관람 인증도 많이 올라온 것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의 반응에 대해 묻자 장 감독은 “종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이긴 하지만,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해주실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 “이제는 애니메이션의 시대, 주류 가능성 확인”

‘킹 오브 킹스’는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가 아서 왕 이야기에 푹 빠진 막내아들 월터에게 ‘진짜 위대한 왕’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2000년 전 예수의 생애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마다 가족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단편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얻었다. 디킨스와 월터는 예수의 탄생부터 광야에서의 시험, 제자들과의 만남, 물 위를 걷는 기적 등 예수의 여정을 함께하며 기적을 체험한다. 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희망과 사랑, 구원의 메시지를 담는다. 

‘킹 오브 킹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모팩스튜디오

무엇보다 최근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돌풍, 오는 22일 개봉하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세계 무대는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주는 상황의 중심에서 ‘킹 오브 킹스’의 100만 성과는 더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애니메이션 열기에 대해 장성호 감독은 “이제는 애니메이션의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사극이나 스포츠물, 좀비물 등이 시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잖아요. 그런데 훌륭한 작품이 등장하면서 고정관념이 깨지고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면 충분히 주류 시장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의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킹 오브 킹스’는 2015년 기획을 시작해 올해 개봉까지 10년이 걸린 작품이다. 실제 장 감독은 “애니메이션 장르는 실사영화보다 인프라 구축부터 세팅 등 제작 과정이 길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공개 후 주목받지만, 기획부터 제작까지 5년 이상이 걸린 작품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제작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금이 영화계에 있어 가장 암울한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진단한 장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인 창작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꼽히는 이유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북미에서 먼저 시작된 흥행 돌풍

‘킹 오브 킹스’는 한국의 시각특수효과 전문 제작사 모팩스튜디오가 만든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 앞서 북미에서 먼저 흥행했다. 지난 4월11일(현지시간) 부활절 시즌에 맞춰 북미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17일 만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북미 수익(5384만달러)을 돌파했다. 6월15일 기준으로 북미에서만 6025만달러(834억원)를 기록하며 한국영화 중 역대 북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시네마스코어 관객 평가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 등급인 ‘A+’를 획득했다. 이 등급을 받은 영화는 역대 단 128편에 불과하다. 그만큼 관객 만족도가 높았음을 보여준다. 미국 개봉 버전에는 할리우드 배우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등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고 한국어 더빙 버전에는 이병헌과 이하늬 진선규 차인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동참해 완성도를 높였다. 

100만 관객 돌파를 자축하는 장성호 감독. 사진제공=모팩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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