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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카데미, 2027년부터 AI 배우·각본 수상 대상 제외 규정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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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인공지능)가 영화 산업의 창작 방식을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 인간 창작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선언을 내놨다. 지난해 같은 시기 “AI가 사용된 작품도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섰던 입장에서 1년 만에 방향을 정반대로 돌린 결정이다.

美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일 2027년 3월 14일 개최되는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적용될 새 규정을 발표했다. 연기 부문에서는 “영화의 공식 크레디트에 이름이 기재되고 본인의 동의하에 인간이 실제로 연기한 역할”만 후보 자격을 갖는다는 조항이 명문화됐다. 각본 부문에서도 “인간이 집필한 각본”만 심사 대상이 된다는 점이 분명히 규정됐다. 아카데미 측은 출품작에 생성형 AI가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작사에 요구할 권한, 작품의 인간 저작권을 검증할 권한도 함께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해 9월 등장한 세계 최초의 AI 여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사례가 자리한다. 네덜란드 출신 제작자 엘린 반 데르 벨덴(Eline Van der Velden)이 이끄는 영국 AI 제작사 파티클6(Particle6)의 자회사 시코이아(Xicoia)가 선보인 노우드는 스위스 취리히 영화제 기간 공개 직후 글로벌 에이전시들의 영입 제안을 받으며 할리우드를 흔들었다. 제작사 측은 AI 배우 활용 시 제작비를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즉각 성명을 내고 “틸리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전문 연기자의 연기를 허락이나 보상 없이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 ‘탑건’ 시리즈의 美배우 발 킬머(Val Kilmer)를 AI 기술로 신작에 등장시킨 사례 역시 이번 규정 신설의 직접적 계기로 거론된다. 새 규정 적용 이후로는 이런 방식으로 부활시킨 연기에 대해 시상하는 길이 사실상 막힌다. 아카데미는 다만 2027년 시상식에서 영화 제작 과정의 AI 사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 행위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시상식 규정 개정을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신호를 보내는 사건으로 읽힌다. 글로벌 컨설팅사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AI 콘텐츠 제작 시장은 2024년 약 156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956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2023년 미국 작가조합(WGA)·배우조합(SAG-AFTRA) 동시 파업의 핵심 쟁점도 AI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최정점에 있는 시상 기관이 노조 입장을 사실상 제도화한 셈이다. 가상 인간과 버추얼 휴먼이 광고·드라마 영역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창작자의 권리와 AI 도구의 효율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인간의 작품’으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제 시상 기준을 통해 산업의 룰북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도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각국이 한 작품씩 출품할 수 있었으나, 새 규정은 칸·베를린·부산 등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작에도 응모 자격을 부여해 한 국가에서 복수 작품 출품이 가능해졌다. 또한 같은 부문에서 한 배우가 서로 다른 연기로 복수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7년 3월 14일(현지 시간) 美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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