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美 출시 6개월 만에 손가락 필기·서드파티 앱 개방

메타(Meta)가 디스플레이 내장형 스마트글래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에 대해 출시 6개월 만에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외부 개발자 플랫폼 개방을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글래스 출하량은 2025년 약 960만대에서 2026년 1340만대로 39.6% 늘어날 전망이며, 메타는 2025년 출하량 점유율 76.1%로 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뉴럴 핸드라이팅(Neural Handwriting) 기능의 전면 개방이다. 사용자가 손목에 착용한 메타 뉴럴 밴드(Meta Neural Band)를 통해 책상이나 허벅지 등 어떤 표면 위에서든 손가락을 움직여 글자를 쓰면, 근전도 신호를 해석해 텍스트로 변환한다. 변환된 메시지는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왓츠앱(WhatsApp), 메신저(Messenger), 그리고 안드로이드·iOS 기본 메시지 앱에서 곧바로 보낼 수 있다.
함께 추가된 디스플레이 녹화 기능은 렌즈에 표시되는 화면과 주변 풍경, 음성을 하나의 영상으로 묶어 가족이나 팔로워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대면 대화와 영상통화 상대방의 발화를 실시간으로 자막 처리하는 라이브 캡션은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의 음성통화에 도입된다. 보행자 길안내 기능은 미국 전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으며, 런던과 파리, 로마 같은 주요 해외 도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무게가 실리는 부분은 외부 개발자 대상의 디벨로퍼 프리뷰(Developer Preview) 개방이다. 그간 메타 자체 앱에만 열려 있던 렌즈 디스플레이와 뉴럴 밴드 컨트롤러가 서드파티 개발자에게 모두 풀리면서, iOS·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은 물론 웹 앱까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겨냥해 만들 수 있게 됐다. 메타는 시야각 20도의 단안 디스플레이라는 하드웨어 특성을 고려해 정보 오버레이 형태의 ‘마이크로 앱’ 구축을 권장하고 있으며, 필름 현상 보조 앱 ‘다크룸 버디(Darkroom Buddy)’와 체스·스네이크 같은 미니 게임을 샘플로 공개했다. 또한 자체 멀티모달 추론 모델인 ‘뮤즈 스파크(Muse Spark)’를 2026년 여름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플랫폼 개방의 배경에는 빠르게 재편되는 경쟁 구도가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글로벌 AR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2025년 전년 대비 98% 성장했다고 분석한 바 있고, 구글(Google)은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글래스를 삼성전자, 젠틀몬스터, 워비파커 등과 협력해 2026년 내 투입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로서는 폐쇄형 자체 생태계만으로는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자산에 맞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분명하다. 메타는 2025년 9월 커넥트(Connect) 2025에서 디스플레이가 없는 일반 스마트글래스용 서드파티 앱 지원을 발표했지만, 8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일반 사용자에게 도달한 외부 앱은 많지 않다.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앱일수록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점도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2025년 9월 30일 미국에서 799달러(약 113만원, 뉴럴 밴드 포함)에 출시됐으며,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해외 확장 일정은 수요 폭주로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메타는 9월 23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커넥트 2026에서 차세대 모델과 함께 본격적인 서드파티 앱 생태계 로드맵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최고경영자는 차세대 글래스를 시사한 바 있어, 이번 4개월간의 개발자 온보딩 기간이 메타의 스마트글래스 플랫폼화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