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신파라고 극장에서는 외면받더니 넷플릭스에선 일주일째 1위 기록 중인 이 영화
「넘버원」
영화 「넘버원」이 극장 흥행 실패를 딛고 넷플릭스에서 뒤늦은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8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넘버원」은 공개 직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1위에 오른 뒤 일주일째 정상을 유지하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설 연휴 시즌 극장가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작품이 OTT에서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넘버원」은 엄마 은실(장혜진)이 차려준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아들 하민(최우식)의 이야기를 담는다. 어린 시절 형의 사고사 이후 갑자기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은, 어느 날 꿈속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부터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죽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후 그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밥상을 피해 다니기 시작한다.
엄마는 아들을 먹이고 싶어 하고, 아들은 엄마를 살리기 위해 밥을 거부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공개 당시부터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라는 반응과 “알면서도 눈물 난다”는 반응을 동시에 끌어냈다. 실제로 영화는 부모와 자식, 집밥, 후회, 가족애라는 익숙한 소재를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새로운 장르적 쾌감보다는 감정의 밀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특히 영화는 ‘엄마의 밥’이라는 한국적인 정서를 적극 활용한다. 부산식 소고기뭇국, 콩잎무침, 도시락 반찬 같은 평범한 음식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모자의 감정을 이어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먹어야 산다”는 엄마 세대의 사랑 표현과, 그 사랑 때문에 오히려 괴로워지는 아들의 심리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간다.
이 작품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우 조합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모자 관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최우식과 장혜진이 다시 한번 모자로 재회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현실감 있는 호흡으로 호평받았던 두 배우는 「넘버원」에서 훨씬 더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장혜진은 인터뷰에서 “실제 아들이 최우식과 닮아 더 몰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우식 역시 “장혜진 선배님의 목소리 톤이 실제 어머니와 비슷해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특히 최우식은 이번 작품에서 감정 연기에 대한 부담도 털어놨다. 그는 “슬픈 장면을 찍으면 실제로 감정에 오래 빠지는 편이라 그런 작품을 피했던 적도 있었다”고 밝히며, 장혜진 덕분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최우식과 김태용 감독의 재회다. 두 사람은 최우식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안겼던 독립영화 「거인」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김태용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실제로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어머니를 다시 모시고 살기로 결심했지만, 촬영 직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는 단순한 가족영화 이상의 절절한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이런 감성에도 불구하고 극장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넘버원」은 올해 설 연휴 시즌 가족 영화로 홍보됐지만 최종 관객 수 약 28만 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30만 명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성적이었다. 대작 중심으로 돌아간 연휴 극장가에서 상대적으로 잔잔한 정서의 휴먼드라마가 선택받기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실관람객 평가는 의외로 좋았다. CGV 에그지수 91%, 롯데시네마 8.9점, 메가박스 8.2점 등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뻔한 이야기인 건 맞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울게 된다”, “엄마 생각나서 집에 전화했다”, “설날에 보기 좋은 가족영화”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일부 관객들은 “감정을 너무 대놓고 밀어붙인다”, “신파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넘버원」의 넷플릭스 흥행은 극장에서 놓친 관객을 OTT에서 다시 만난 사례로 보인다. 자극적인 전개나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익숙한 가족 감정에 집중한 작품인 만큼, 집에서 조용히 보기 시작한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밥상 하나로 감정을 밀어붙인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얼마나 오래 입소문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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