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웃음 끝에 남은, 한물간 이들의 진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다. 20년이 흐른 뒤, 리더 현우(강동원 분)는 재기의 발판이 될 ‘트라이앵글’ 공연 제안을 받게 되고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흩어졌던 멤버들을 다시 찾아 나선다.
생계형 방송인이 된 현우,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는 도미(박지현 분), 솔로 앨범 실패로 빚더미에 오른 상구(엄태구 분)까지 다시 모인 세 사람은 공연장을 향하지만, 과거 라이벌이었던 발라드 가수 성곤(오정세 분)과 악연으로 얽힌 전 소속사 대표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쟁이 터져도, 오늘 우리는 무대에 서는 거야!”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뒤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해치지않아’ 등을 통해 독창적인 유머와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여 온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저마다 현실 속에서 한 차례 좌절을 겪은 인물들이 마지막 기회처럼 다시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짠한 감정으로 풀어낸다. 생활밀착형 유머와 재치 있는 상황들을 곳곳에 배치하며 웃음을 끌어내고, 그 안에 한때 꿈을 좇았던 사람들의 미련과 진심, 다시 한번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까지 함께 담아내 은근한 여운도 남긴다.
특히 코미디의 결이 직관적이고 대중적이다. 캐릭터들의 관계와 상황에서 비롯되는 생활형 유머를 중심에 두고 익숙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웃음을 꾸준히 쌓아간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웃음의 체감은 달라질 수 있지만, 영화가 겨냥하는 웃음 포인트 자체는 폭넓은 관객층을 끌어안는다.

그 중심에는 우윳빛깔 발라더 최성곤 역의 오정세가 있다. 등장하는 모든 순간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동시에 짠한 감정을 남긴다. 억지로 웃음을 밀어붙이기보다 탁월한 코미디 감각, 특유의 생활감 있는 호흡과 표정, 타이밍으로 장면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무대를 향한 진심과 한때 꿈을 좇았던 인물의 순수함, 현실 속 억울함과 씁쓸함까지 함께 담아내며 단순히 웃음을 위한 인물로 소비되지 않는다.
음악과 퍼포먼스도 영화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트라이앵글의 풋풋한 감성을 담은 데뷔곡 ‘러브 이즈(Love is)’부터 메시지를 담은 ‘샤우트 잇 아웃(Shout it out)’, 성곤의 고백송 ‘니가 좋아’까지 1990~2000년대 감성을 자연스럽게 끌어오는 삽입곡들이 귀를 사로잡는다.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영화가 가진 유쾌한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퍼포먼스 역시 눈을 즐겁게 한다. 브레이킹 댄스와 1세대 아이돌 특유의 에너제틱한 안무, 실제 공연을 연상시키는 카메라 무빙과 조명 연출까지 더해지며 생생한 에너지를 전한다. 과거를 소비하는 복고 코미디가 아니라 한때 무대 위에 서 있던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끌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트라이앵글 멤버들도 제 몫을 다한다. 리더 현우 역의 강동원은 비보잉과 스트릿 댄스는 물론 고난도 퍼포먼스까지 직접 소화하며 중심을 잡고, 엄태구는 폭풍 래퍼 상구로 분해 예상 밖의 에너지와 리듬감으로 극의 활력을 끌어올린다. 박지현 역시 도미 특유의 당차고 밝은 매력으로 팀의 균형을 맞춘다.
손재곤 감독은 “와일드한 놈들이 와일드한 고생 끝에 와일드하게 노래를 부른다. 웃고 즐기다가 어느새 콧노래가 나오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07분, 오는 6월 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