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다시 빛난 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니스 심사위원대상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창동 감독이 24년 만에 다시 찾은 베니스에서 또 한 번 값진 성과를 거뒀다.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 심사위원대상을 품에 안으며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은사자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은 주요 상이다.
이로써 이창동 감독은 24년 만의 베니스 경쟁부문 복귀를 수상으로 장식했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2002년 ‘오아시스’ 이후 처음이다. 당시 ‘오아시스’로 은사자 감독상을 수상했고, 문소리 역시 이 작품으로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신인배우상을 품에 안았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은 긴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작품인 만큼 함께한 이들을 향해 먼저 공을 돌렸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영화를 기다리느라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제작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같이 만든 모든 분들과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나누고 싶다”며 “그중에서도 오래전에 접어야 했던 이 이야기를 다시 살려서 나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배우들을 향한 각별한 마음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 생명을 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네 배우에게 감사하다”며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래 영화감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지켜주고 참아주고 기다려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을 통해 던지고자 했던 질문을 되새겼다. 그는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나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번 수상에 앞서 ‘가능한 사랑’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선정하는 경쟁부문 국제비평가연맹상까지 품에 안았다. 공식 본상과 별도로 수여되는 상으로, 국제 평단의 선택에 이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단의 선택까지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오는 23일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경쟁부문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Woman Unknown)’에게 돌아갔다. ‘우먼 언노운’의 마틸데 아르셀은 볼피컵 여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았다. 은사자 감독상은 ‘다우(DAU)’의 일리야 크르자노프스키 감독이, 심사위원특별상은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쇼르 감독의 ‘나자(NAZA)’가 수상했다. 볼피컵 남우주연상은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의 존 말코비치가 차지했다. 각본상은 ‘어 굿 리틀 솔져(A Good Little Soldier)’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