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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현장] 안판석 감독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 추영우・김소현 ‘연애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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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추영우 (사진: KT스튜디오지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포착해 온 고(故)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멜로가 시청자를 찾아온다. 이번에는 추영우와 김소현, 두 청춘의 이야기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추영우, 김소현, 김민석, 이창훈, 임진효와 김현정 EP가 참석했다.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안판석 감독의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이날 배우들이 들려준 이야기 곳곳에는 그가 남긴 흔적이 짙게 묻어났다.

「연애박사」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다. 로봇 연구실이라는 다소 낯선 공간에서 대학원생들의 일상과 사랑, 성장을 담는다.

무엇보다 「연애박사」는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다. 「밀회」부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까지 특유의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멜로 장르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옥탑방 고양이」 「풀하우스」를 집필한 민효정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안 감독과 민 작가는 2000년 「눈으로 말해요」 이후 25년 만에 다시 만났다.

김현정 EP는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고 이야기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는 보기 드문 드라마”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안 감독이 종방연 당시 작품을 돌아보며 “지금이 바로 내 전성기”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며 “불안하거나 두려워 주저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독님이 주시는 응원이자 선물 같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그 마지막 이야기의 중심에 추영우와 김소현이 있다.

추영우가 맡은 박민재는 골육종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수영선수의 꿈을 접은 뒤 로봇공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은 인물이다. 언제 다시 병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민재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하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추영우는 캐릭터를 위해 실제 의족 사용자의 도움을 받아 걷는 방법부터 충전과 관리 방법까지 익혔다. 무엇보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안판석 감독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 됐다.

추영우는 안 감독에 대해 “처음부터 민재와 잘 어울리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며 “계속 칭찬해 주셔서 엄청난 힘이 됐다. 감독님을 조금이라도 실망시키기 싫어 열심히 했다”고 떠올렸다.

안 감독이 배우들에게 남긴 말도 소개했다. 추영우는 감독으로부터 배우가 하는 일을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예술로 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멋지고 빛나는 어른이었다. 짧게 만났지만 앞으로 배우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실 분”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생전 추영우의 연기를 두고 자신이 생각했던 청춘의 모습보다 추영우가 표현한 현재의 청춘이 더 맞았다며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현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김소현이 연기하는 임유진은 의류학과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진로가 막혀버린 뒤 예상하지 못했던 로봇공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인물이다. 계획한 길이 틀어졌지만 주저앉기보다 새로운 길로 직진한다.

김소현은 안판석 감독과의 작업을 “땅을 다시 다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미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익숙해진 방식과 틀을 감독이 하나씩 깨뜨렸다는 것. 김소현은 “힘들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고 싶었다”며 배우들이 감독에게 ‘오늘의 1등’이라는 칭찬을 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까지 벌였다고 회상했다.

김현정 EP는 안 감독이 촬영본 속 김소현을 보며 연신 감탄했고, 앞으로 한국 드라마계를 이끌 배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추영우와 김소현의 호흡도 「연애박사」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추영우는 “동갑이지만 소현이가 한참 선배라 많이 배웠다”며 “개그 코드도 맞고 연기적인 티키타카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 뒤 “얼굴 합도 나름 잘 맞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김소현은 ‘멜로 거장’ 안판석 감독의 작품을 이어간다는 부담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의 로맨스와 멜로가 워낙 사랑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20대의 사랑이라고 해서 예상하는 방식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새로운 사랑과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인물들도 「연애박사」의 이야기를 채운다. 김민석은 유진의 오빠 임유성, 이창훈은 기계공학과 로봇공학 교수 안재홍, 임진효는 유진의 연구실 동기이자 로봇공학 석사과정생 김세진을 연기한다. 세 배우 역시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안판석 감독과 함께했던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떠올렸다.

김민석은 안 감독과 처음 만나기 전부터 긴장을 많이 했다며 “드라마의 교황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일을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뜯어고치면서 본질적인 것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연기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할 만큼 안 감독과의 작업이 특별했다는 설명이다.

안판석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이창훈은 “카메라 앞에서 뭘 한다는 걸 감독님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안 감독에 대해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배우가 스스로 캐릭터를 찾아 완성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연출자였다고 떠올렸다.

안판석 감독과 이번이 세 번째 작업이라는 임진효 역시 “배우들을 믿어주시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며 “사람에게 믿음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신인 시절부터 자신에게 기회를 줬던 감독과의 마지막 작업이 된 만큼 그의 말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결국 이날 제작발표회는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배우들이 한 사람의 연출자를 추억하는 자리가 됐다. 추영우와 김소현뿐 아니라 김민석, 이창훈, 임진효까지 안판석 감독과 작업한 시간은 달랐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배우를 믿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연출자였다는 것이다.

「연애박사」의 두 주인공은 모두 계획했던 인생에서 이탈한 사람들이다. 수영선수를 꿈꾸던 민재는 로봇공학도가 됐고, 의류학도의 길을 걷던 유진 역시 예상하지 못한 연구실에 들어선다. 인생에서 길을 잃어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안판석 감독이 마지막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그 지점이었을지 모른다.

추영우는 안 감독이 “일에 지친 누군가가 퇴근해 소파에 앉아 우리 드라마를 선택했다면 그 시간만큼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떠올렸다. 자극적인 사건보다 화면 속 인물의 감정이 자신의 삶과 닮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애박사」는 오는 5일 밤 10시 ENA에서 첫 방송된다.

연애박사 드라마2026ENA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KT스튜디오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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