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라이브 라덴×시즈오카현립미술관 협업, 지역 소비 3억원 효과 연구 발표

미술관·박물관이 버추얼 스트리머와 손잡는 사례는 일본에서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협업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관람객과 소비를 끌어왔는지 수치로 제시된 경우는 드물었다. 공공 문화시설의 버추얼 스트리머 활용 효과를 학술 연구 형태로 추산한 결과가 나왔다.
일본 버추얼 스트리머 그룹 홀로라이브(ホロライブ) DEV_IS 산하 유닛 ReGLOSS 소속 쥬후테이 라덴(儒烏風亭らでん)과 시즈오카현립미술관(静岡県立美術館)의 협업 기획이 미술관 주변 지역에 약 3,600만 엔(약 3억 원)의 직접 소비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산됐다. 분석 대상은 2026년 1월 20일부터 3월 15일까지 같은 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 ‘나카무라 히로시전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의 그 너머로(中村宏展 アナクロニズム(時代錯誤)のその先へ)’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浜松市) 출신 화가 나카무라 히로시(中村宏)의 약 70년 작업을 돌아보는 전시로, 라덴은 이 기획전을 포함해 상설 전시 로댕관, 로댕관 나이트 뮤지엄, ‘2000년대의 회화’ 등 미술관 내 4개 전시·행사의 음성 가이드를 맡았다. 관람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무료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 제목은 ‘공공조직에 의한 버추얼 유튜버 활용 전략 ― 시즈오카현립미술관 「나카무라 히로시전」×쥬후테이 라덴 사례 분석’으로, 히토츠바시대학(一橋大学) 경영관리연구과 아오키 테츠야(青木哲也) 준교수와 시즈오카현립미술관 기획총무과 야나기다 아츠시(柳田篤志) 주임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일본마케팅학회(日本マーケティング学会)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연구 요약에 따르면 전시 기간 관람객의 약 34%가 라덴의 발신을 계기로 미술관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시즈오카현 외 거주자가 72.8%, 20~30대가 58.8%, 시즈오카현립미술관을 처음 방문한 관람객이 79.4%를 차지해 미술관 입장에서 접근이 어렵다고 여겨지던 층이 대거 유입됐다. 다른 경로로 방문한 관람객과 비교하면 숙박률은 2.4배였고, 식사와 관광 등 미술관 주변 지역에서의 소비 활동도 활발했다.
전시 기간 전체 관람객이 지역 내에서 지출한 직접 소비액은 약 7,000만 엔(약 5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라덴과의 협업으로 늘어난 관람객이 쓴 금액이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600만 엔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추산이다. 다만 관람객의 중심을 이룬 연령층과 지역 소비액이 컸던 연령층은 서로 달랐다. 연구는 이 점을 두고 “公共組織のように,異なるステークホルダーの多様な目的が混在する組織においては,協働するVTuberの選定基準がステークホルダーごとに異なりうる”(공공조직처럼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목적이 혼재하는 조직에서는 협업할 버추얼 스트리머의 선정 기준이 이해관계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술관 측으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제공받고 기획 단계부터 개최까지 참여 관찰 기회를 얻었으며, 운영사 커버(カバー)와 라덴 본인과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10월 25일 도쿄(東京) 호세이대학(法政大学) 이치가야(市ケ谷) 캠퍼스에서 열린 일본마케팅학회 ‘마케팅 콘퍼런스 2026’ 일반보고 세션에서 발표됐으며, 학회 콘퍼런스 프로시딩스 15권에 풀페이퍼로 수록된다.
라덴은 2023년 9월 10일 데뷔한 버추얼 스트리머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27만 명이다. 학예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술과 전통예능에 관한 지식을 살린 활동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코네 유리의 숲 미술관(箱根ガラスの森美術館), 산토리미술관(サントリー美術館) 등 여러 문화시설과 협업해 왔다. 올해는 포브스 재팬(Forbes JAPAN)의 ‘30 UNDER 30 2026’에 선정됐고, 2027년 1월 13일부터 3월 22일까지는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과의 협업 행사도 예정돼 있다. 라덴은 이번 연구 발표에 대해 X 계정 @juufuuteiraden을 통해 “要約の時点ですごく嬉しい発表が”(요약 단계에서부터 굉장히 기쁜 발표가)라고 적었다.
이번 연구는 버추얼 스트리머 협업의 성과를 조회수나 화제성이 아니라 관람객 구성과 지역 소비액이라는 공공기관의 평가 지표로 환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공 미술관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외부 방문객 유입과 숙박·식음료 소비 증가는 협업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연구가 지적한 ‘관람객 중심층과 소비 주도층의 불일치’는 협업 상대를 고를 때 집객과 지역경제 중 무엇을 우선할지 기관별로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공공 문화시설이 버추얼 스트리머·버추얼 아이돌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그 효과를 어떤 항목으로 측정하고 보고할지에 대한 참고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