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헤어질 결심’의 그 배우, 정이서의 진심
영화 ‘기생충'(2019년)에서 단역에 가까운 역할이었지만, 존재감은 컸다. 4년이 지난 지금, 첫 장편 영화 주연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배우 정이서가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을 통해 도약을 예고했다. 영화 속에서 응축했다가 폭발하는 정이서의 에너지가 단연 돋보인다.
정이서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그녀의 취미생활'(감독 하명미·제작 웬에버스튜디오)에서 외롭고 답답한 폐쇄적인 농촌 생활 속에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정인을 연기했다. 정이서는 첫 촬영을 앞두고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들다가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간 모든 작품을 악착같이 준비했지만, 이번 작품은 더욱더 준비를 했어요. 정인이가 대사가 많지 않아요. 표정이나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방에 카메라를 켜 놓고 모니터링을 많이 했습니다.”
정인은 마을의 천덕꾸러기로 신세로 수시로 위로를 가장한 불쾌한 언행과 행동에 노출된다. 그런 정인 앞에 혜정(김혜나)이 등장하고, 정인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방관하지 않고 다가올 행복을 쟁취하려고 노력한다.
“정인은 어떻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몰라서 혼자 악을 쓰고 발버둥 치는 인물입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정인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애정이 생겼어요. 억눌린 삶을 살아온 정인을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두려웠지만, 그만큼 도전하고 싶었죠. 감독님한테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했어요.“
‘그녀의 취미생활’은 서미애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정이서는 역할을 잘 이해하기 위해 “원작 소설을 읽으며 정인을 연구해 나갔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정이서는 ‘그녀의 취미생활’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제가 처음이라 참석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던 정이서는 “수상 소감을 하러 무대 위에 올라가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올 때 상 받은 걸 떠올리면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상을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거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비슷한 시기 스릴러 ‘타겟'(감독 박희곤)과 ‘잠'(감독 유재선) 등이 개봉하는 가운데, ‘그녀의 취미생활’만의 차별화에 대해 “스릴러지만 잔인한 장면보다 인물들의 감정에 주목한다”며 “상황이 어둡고 암울하지만 모순적이게 자연은 아름답게 담겼다. 그런 것들도 같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 “‘기생충’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2014년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 “0.1초 등장”하며 데뷔한 정이서는 ‘기생충’에서 젊은 피자가게 사장을 연기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헤어질 결심'(2022년)에서는 박해일의 후배 형사로 출연하며 봉준호와 박찬욱, 두 거장이 선택한 배우로도 주목받았다.
정이서는 “‘기생충’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기생충’이 없었다면 ‘그녀의 취미생활’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봉준호 감독님에게 절을 올리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제가 욕심이 많아요. 최근에 단막극에서 1인2역을 연기했는데, 앞으로도 재미있는 역할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많이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