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50만원으로 완성됐다는 놀라운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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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위한 한 발”…백승환·김충길이 말하는 ‘델타 보이즈’

“포털에서 저희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니까 신기했죠.”

2017년 독립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고봉수 감독의 영화 ‘델타 보이즈’의 주인공, 백승환·이웅빈·신민재·김충길은 작품을 선보인 이후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백승환은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원더풀 월드’의 첫 촬영을 앞두고 있으며, 김충길은 500만 관객 돌파 목전에 있는 영화 ‘밀수’에 신민재와 함께 출연했다.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델타 보이즈' 주역 백승환과 김충길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대일 작가.
‘델타 보이즈’ 주역 백승환과 김충길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대일 작가.

백승환과 김충길이 27일 전북 부안 변산 해수욕장에서 열린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의 초청작 ‘델타 보이즈’로 관객을 직접 만났다.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은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가는 변산의 바닷가에서 청춘을 주제로 한 5편의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프로그램. ‘델타 보이즈’의 백승환과 김충길이 직접 변산을 찾아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고 관객과 다채로운 이야기꽃을 피웠다.

“‘델타 보이즈’에 출연하기 전만 해도 드라마 단역으로 많이 활동했어요. 친구나 가족만 제가 배우인 걸 알았지 아무도 몰랐죠. ‘델타 보이즈’가 상영하면서 김충길이라는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는데 얼떨떨하더라고요.”(김충길)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갔을 때 관객들이 엄청 좋아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 전에는 검색도 안 됐는네 지금은 이름도 나오고 오디션을 보러 가도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 신기해요.”(백승환)

‘델타 보이즈’는 무기력한 네 청춘이 남성 4중창 대회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네 청춘이 노래경연대회를 위해 팀을 결성하는 과정,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겪는 방황과 갈등, 그리고 원팀을 이루기까지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팍팍한 현실에 꿈도 열정도 없이 살고 있던 이들의 무기력한 얼굴은 오늘날 청춘의 얼굴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네 청춘이 4중창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델타 보이즈'. 사진=김대일 작가.
네 청춘이 4중창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델타 보이즈’. 사진=김대일 작가.

“준세(김충길)의 캐릭터에 실제 제 모습이 일부분 반영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준세가 일록(백승환)의 옥탑방에서 술에 취해 또 오디션을 보는 대용(신민재)에게 ‘형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을 찍으면서 저는 ‘우리 오디션도 많이 보고,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냐, 정신 차려야 하지 않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속마음을 연기에 투영한 것 같아요.”(김충길)

“‘델타 보이즈’를 찍기 전만 해도 영화를 계속 해도 될까 말까 고민이 있었죠. 김충길 배우도 그렇고 저도 단편을 찍지만, 10년 정도 이렇게만 하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너무나 저희 얘기 같았어요. 영화에 나온 것처럼 맛있는 음식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라면만 먹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 영화를 하면서 우리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던 것 같아요.”(백승환)

‘델타 보이즈’는 제작비 250만원을 들여 완성한 ‘작은 영화’다. 중급 규모의 영화도 제작비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시대에 이 같은 작은 규모도 만들어져 놀라움을 줬다. 감독과 배우들이 한 몸으로 사비를 털고, 발품을 팔아 영화를 완성했다. 백승환의 경우 사비로 40만원을 들여 일록의 레게머리를 만들었다.

“팀을 이끄는 역할인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밋밋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레게머리 아이디어를 냈죠. 평생 한번쯤 해보고 싶은 머리기도 했고요. 돈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장편영화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감독님께는 사비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돈보다는 정말 이 영화를 잘 만들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고 싶었어요.”(백승환)

영화는 네 청춘이 우여곡절 끝에 한팀이 되지만 그것도 잠시 노래경연대회가 무산되면서 또 한번 좌절하는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밝은 얼굴로 노래 연습을 하는 영화의 마지막 모습에선 슬프고 안타까운 감성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읽게 한다.

이번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 무대는 변산해수욕장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날은 구름이 이를 가리며 작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백승환은 변산을 찾은 소감을 말하며 “오히려 저는 이 상황이 주인공들의 앞날을 암시하는 것 같아 우리 영화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라는 다정한 언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면서 백승환은 영화의 결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델타 보이즈’는 멋지게 꿈을 이루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마음 속에 있는 꿈을 위해 한 발 내딛어보느냐, 아니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 장편영화를 만든 것처럼, 이들도 해보지 않고 끝내기보다는 한 발 내딛어보자는 데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과정과 도전의 용기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델타 보이즈' 관람 중인 배우 김충길, 백승환, 그리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총괄 진행한 전혜정 대표. 사진=김대일 작가.
‘델타 보이즈’ 관람 중인 배우 김충길, 백승환, 그리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총괄 진행한 전혜정 대표. 사진=김대일 작가.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은 전북 부안군(군수 권익현)이 주최·주관하고. 서울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영화를 비롯한 전시·공연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글로벌 무대에 소개해온 기획사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대표 전혜정), ‘영화 중심’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맥스무비’,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 ‘Snow Peak'(스노우피크)가 함께했다.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을 기획하고 총괄 진행한 전혜정 대표(카다 크리에이티브 랩)는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준 게스트분들과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삶의 터전을 가진 부안 군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어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지켜질 때 우리는 그곳으로 자꾸 달려가고 싶다”며 “‘팝업 시네마’는 부안을 시작으로 전국의 아름다운 곳으로 달려가는 영화 배달서비스로 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콘텐츠는 부안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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