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겸 배우 배정남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팬들 사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배정남은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별다른 설명 없이 왼쪽 손으로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즉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배정남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손이 들고 있는 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쓴 에세이집 ‘디케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배정남이 책을 구입했단 사실을 인증하는 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디케의 눈물’에서 새 정부가 집권 후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어 검찰이 요직을 차지하는 ‘대한검국(大韓檢國)’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 사회를 ‘검찰공화국’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가 집권 후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법무부장관은 물론, 3만 명 경찰 수사권을 통솔하는 국가수사본부장, 고위공직자 후보의 세평을 수집하는 국정원 기조실장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 핵심 요직의 절대다수를 검찰 출신으로 기용했다고 말한다.
이것만으로 부족해 고위공직자 후보의 인사를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했던 기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법무부(인사정보관리단)에 이관함으로써 반대 세력의 견제 가능성마저 제거했으며, 이제는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 등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통해 대한검국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조 전 장관은 주장한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23년 6월 12일 법학자 조국은 서울대로부터 교수직을 파면당했다. 이 책은 법대 교수 조국이 법을 공부한 이유와 자신이 생각하는 공부의 참된 의미에 대해 기록한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이후 이제는 교수도 아니고 장관도 아닌 자연인으로서 지난 10년의 폭풍 같았던 시간을 통과하며 온몸으로 부닥친 투쟁을 집약한 책이다. 형사법 전공자인 저자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법과 법치주의에는 오직 혹형만 강조되고 있을 뿐 ‘연민’과 ‘정의’가 빠져 있다고 역설한다. 책 제목의 ‘눈물’은 폭압적인 법권력에 의해 신음하며 흘리는 ‘분노의 눈물’과, 그러한 압력에 맞서면서도 주변의 아픔을 살피며 ‘연민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뜻한다. 정의의 여신으로 알려진 디케(Dike)는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나머지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 2023년 대한민국에서 작동하는 법치의 논리는 피가 묻은 칼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망나니를 닮아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라도 법의 진짜 모습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담하게 서술했다.”
‘디케의 눈물’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 9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유튜버 주언규가 쓴 ‘슈퍼노멀’을 따돌리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현재도 종합 2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40, 50대가 ‘디케의 눈물’의 주요 구매자다.
누리꾼들은 배정남이 책을 구입했다는 인증샷을 올린 것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한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꾼들 반응은 조 전 장관 지지 여부에 따라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우직한 사나이”라며 지지하는 누리꾼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며 비판하는 누리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