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히 달라진 이들의 위상, 이유 알고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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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에서 OTT 작품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와 ‘발레리나’는 한국 주류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을 선보이는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다. 3편 중 2편이 넷플릭스 영화였다.

[BIFF 결산①] OTT 대형 광고물·할리우드 파업 여파…목격된 영화계 현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전경.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전경.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3일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항해를 마친다. 영화제는 많은 스타들과 관객들을 하나로 만든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영화계의 현재를 마주보게 만들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더 이상 영화제의 ‘특별 손님’이 아닌 ‘메인 손님’의 자격을 거머쥔 모양새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가 영화산업 전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이 확인됐다.

● ‘비질란테’ 현수막 VS ‘극장은 죽지 않았다’

올해 영화제에서 OTT의 위상이 격상했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외벽에는 다음 달 공개 예정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걸리며 남다른 위용을 뽐냈다. 건물 6층 높이의 크기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설치됐다.

넷플릭스는 영화의전당 맞은편에 있는 KNN 시어터 1층에 ‘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꾸며 취재진이 취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넷플릭스의 다양한 작품들을 홍보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마련했다.

‘발레리나’가 공개된 지난 6일에는 영화의 설정에 걸맞게 민트초코 음료를 판매하거나 음악감독 그레이가 작업한 노래를 계속해서 내보내며 방문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오픈토크에 참여 중인 '비질란테' 주역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여 중인 ‘비질란테’ 주역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2021년 처음으로 OTT 시리즈를 소개하는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한 부산국제영화제는 그해 2작품을 선보였으나, 올해는 ‘비질란테’를 비롯해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등 5작품을 초청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와 ‘발레리나’는 한국 주류 상업 영화의 최신작 및 대표작을 선보이는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다. 3편 중 2편이 넷플릭스 영화였다.

오픈토크에 나선 '발레리나' 주역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나선 ‘발레리나’ 주역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주로 영화만 연출하거나 출연하던 감독과 배우들이 OTT 작품으로 향하며 이들의 경계가 허물어진 결과로 볼 수 있으나, 이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되고 있는 영화계의 위기와도 맞닿는다.

최근 6일간의 황금 연휴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은 추석 연휴(9월28일~10월3일) 관객 수는 311만318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나흘간(9월9일~12일) 관객 수인 373만3024명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여름 빅시즌과 추석 등 명절 연휴는 대대로 ‘극장 성수기’로 통했지만 2년여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 양상이 사뭇 달라졌는데, 이 같은 배경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극장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스타 감독과 배우를 등에 업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OTT의 강세는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굿즈샵. 사진=조현주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굿즈샵. 사진=조현주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전당에 마련한 굿즈샵에 ‘극장은 죽지 않았다'(THEATER IS NOE DEAD)는 문구를 크게 새겼으나, 그 건너편에 ‘비질란테’ 대형 현수막을 걸어둬 눈길을 사로잡았다.

● AI, 영화산업의 화두를 확인한 순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 기술 발전이 영화산업 전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할리우드 영화 종사자들을 파업으로 이끌었다. 지난달 작가조합의 파업은 끝났지만, 배우들의 파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미국 배우 스티븐 연과 존 조는 영화제에 와서 자신들이 출연한 미국 작품을 언급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두 배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영화제를 찾았다.

현재 파업을 진행하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소속인 존 조와 스티븐 연은 노조의 방침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자신들 출연한 미국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었다.

디즈니·유니버설·넷플릭스 등을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한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쟁점은 ‘AI 확산에 따른 창작자들의 권리 보장’이다.

생성형 AI가 대본을 쓰고, AI 딥페이크 기술이 배우를 대체함에 따라 이들의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위협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파업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작가조합은 ‘AI가 작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보장 이후 파업을 종료했다.

존 조는 기자회견에서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인간의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보고 싶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AI가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더 비스트’로 영화제를 찾은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 역시 AI에 대해 언급했다.

보넬로 감독은 “3년 뒤면 AI 기술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며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작가나 배우들의 커리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20세기적인 접근법일지 모르지만, 창작에는 인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를 통해 AI가 영화산업의 막강한 화두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는?

4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4만2432명(커뮤니티비프는 1만1092명, 동네방네비프는 8228명)의 관객들이 함께했다. 좌석 점유율은 82%였다.

작년(16만1145명)에 비해 관객수는 감소했으나, 좌석 점유율(작년 74%)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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