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복수심에 칼 갈던 남자가 깨달은 것,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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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3%] ‘만분의 일초’, 힘을 빼니 비로소 찾아온 것

'만분의 일초'에서 김재우 역할을 연기한 주종혁. 사진제공=
‘만분의 일초’에서 김재우 역할을 연기한 주종혁. 사진제공=

잠자는 동안 자동차 사고가 나면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몸에 힘을 뺀 상태이기 때문이다. 명진스님이 50년의 수행 여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은 책의 이름은 ‘힘 좀 빼고 삽시다’이다.

힘을 빼고 살라는 가르침이 많은 이유는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김성환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 ‘만분의 일초'(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어린 시절 받은 큰 상처 때문에 들끓는 분노로 늘 오른손에 힘을 꽉 쥐고 살아가는 청년 김재우(주종혁)가 원망하고 싸우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빼는 내용을 그린다.

검도 유망주 김재우가 국가대표 최종 선발을 위한 훈련에 참가한다. 매주 평가를 통해 탈락자들이 발생하고, 마지막에 남은 다섯 명만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김재우는 그곳에서 그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황태수(문진승)를 만난다. 김재우의 시선은 오로지 그에게만 향해있다.

황태수는 다른 선수들이 라이벌로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다. 첫날 펼친 대결에서 김재우는 격렬하게 황태수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그뿐이다. 때려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황태수는 강했고 김재우의 몸에 들어간 힘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무협물의 설정을 연상케 한다.

가족의 복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적, 감정적 대응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르침, 일순간의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까지.

검도 국가대표에 수차례 도전하는 선배 선수, 선수들을 카메라로 찍고 분석하는 분석관, 감독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김재우에게 조언을 건네는데, 공통점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스스로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영화는 김재우가 비로소 손에서 힘을 뺄 때의 순간, 만분의 일초를 포착한다. 김성환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단순한 성장 영화이기보다 한 번쯤 놓아본, 한순간의 짧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분의 일초’는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검도라는 소재에 대결의 승패보다 주인공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엮어 신선함을 안긴다.

공격하기 전 선수들이 내는 기합 소리, 죽도가 격렬하게 맞부딪칠 때의 우렁찬 파열음, 맨발로 나무 바닥을 오가는 발재간, 상념으로 어지러운 김재우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까지 생생하게 잡아내며 체험의 경험을 안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야비한 행동으로 ‘권모술수’로 불린 주종혁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일그러지지만, 찰나의 순간을 붙드는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황태수 역의 문진승은 다소 낯선 얼굴이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감독: 김성환 / 출연: 주종혁, 문진승, 이주연, 장준휘, 최민철 외 /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 개봉: 11월15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스포츠, 액션, 드라마 /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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