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장포스’ 김기현 “‘서울의 봄’ 흥행에 연락 많이 받아”
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 중인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으로 조명받고 있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한 인물.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정우성이 또 한번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에 앞서 장태완 사령관을 연기한 성우 겸 배우 김기현(78)도 화제다.
정우성이 그리는 이태신 사령관이 ‘물’이라 한다면, 김기현이 그리는 장태완 사령관은 ‘불’ 같은 성정의 군인으로 묘사된다. 전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후자는 표출한다. 동일한 인물을 모델로 한 배역을 연기하는 두 배우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기현은 2005년 4월23일부터 그 해 9월11일까지 MBC를 통해 방송한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연출 임태우, 김상래)에서 장태완 사령관을 연기했다. 총 41회 가운데 그의 출연 분량은 5회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라며 신군부 세력을 향해 호통 치는 김기현의 모습이 강렬해서 이후 ‘장포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 ‘제5공화국’ 캐스팅된 이유…
김기현이 연기한 장태완 사령관은 ‘서울의 봄’ 흥행과 더불어 지난 2일부터 MBC온에서 ‘제5공화국’을 재편성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 중인 ‘장포스’ 김기현을 맥스무비가 지난 4일 전화로 만났다.
김기현은 ‘서울의 봄’을 봤느냐는 질문에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영화 개봉 이후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내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전화며 문자로 연락을 많이 했다”며 “저도 궁금하다.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보러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4공화국'(1995년~1996년) ‘코리아 게이트'(1995년)를 보면서 ‘저 역할(장태완) 내가 꼭 해보고 싶은데’라고 바란 김기현은 자신이 정말로 장태완 사령관을 연기하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성우 출신인 그에게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다.
김기현은 “드라마 ‘화려한 휴가’ 촬영 차 미국에 갔다가 우연히 같은 방을 쓰면서 친해진 PD가 있는데 그 인연으로 ‘제5공화국’에 합류할 수 있었다”며 “그때 그 친구가 ‘형, 이거 분량이 많지는 않은데 해줄 수 있어요?’라고 묻길래 장태완 사령관이니까 무조건 한다고 하고 마음먹고 연기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김기현은 장태완 사령관의 육성 및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연구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장태완 사령관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도 고려를 했지만 라디오 드라마가 아닌 TV 드라마란 생각에 논산훈련소 조교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목소리로 우렁차게 연기했고 그 결과 지금의 ‘장포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대중은 장포스를 탄생시킨 장면을 제일로 꼽지만 김기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05년 5월14일 방송에서 장태완 사령관이 끝내 진압군 병력을 출동하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 김기현은 “그때 연기인데도 정말 속이 상해서 탱크를 발로 차면서 짐승 소리를 냈다”고 촬영 당시를 돌이켰다.
끝으로 김기현에게, 무려 18년의 세월이 흘른 지금 ‘제5공화국’의 장태완 사령관이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다시 조명받는 상황,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장태완 사령관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를 지키려고 한 참군인이었다. 군인의 본분을 지켜 공정과 상식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군부 세력에 의해 일어난 12·12군사반란을 모티브로 영화화한 ‘서울의 봄’은 개봉 12일째 손익분기점인 460만명을 넘어섰고, 14일째 500만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침체해있던 극장에 봄을 불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