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發 호재 곧 터지나”…삼성전자 HBM, 공급 가시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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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둘의 만남은 이 일식집이 두 사람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회동했다. 둘의 만남은 이 일식집이 두 사람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사와스시 페이스북 갈무리]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에 대한 엔비디아 인증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에 관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등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국내의 한 경제매체는 “삼성전자가 마침내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 퀄테스트(품질 검증)에서 승인을 얻었고, 이후 공급을 위한 협상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HBM3E 품질 테스트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이날 코스피 개장 직후 3% 넘게 상승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고, 4% 넘게 하락세를 보였던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낙폭을 상당 부분 줄인 상태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돼 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자,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당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며 언론 보도에 신중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삼성전자 입장문에 ‘특정 시점’이라는 표현이 담겼다는 점에서 품질 이슈가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는 공통된 시각이었다.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라고 두루뭉술하게 지칭한 표현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긴 바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송재혁 CTO는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4’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D램과 낸드, 로직 테크놀로지 등 모든 기술을 가진 삼성에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라 컴퓨팅 성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AI 시대에 모든 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 AI 반도체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며 “굉장히 큰 시장과 기회가 있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해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는 게 중요한 상황으로 삼성전자가 그 파도 앞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송 CTO는 연설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엔비디아에서 진행 중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품질 테스트와 관련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심감을 내비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콘퍼런스 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엔비디아는 현재 원하는 만큼 HBM을 충분히 조달할 수 없는 여건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HBM에 대한 테스트 인증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양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생산자는 겨우 3개뿐이고, 삼성전자 없이 HBM의 충분한 공급은 불가능하다”며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증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지 못한 것이 주가에 노이즈였다면 이제부터는 현재 실적에 추가될 수 있는 ‘+α’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3조7603억원, 영업이익 8조30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9% 영업이익은 1242%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매출 71조9156억 원, 영업이익 6조6060억 원) 대비로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대로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어선다면 2022년 3분기(10조 850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잠정실적을 통해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메모리 수요 확대와 낸드 이익 가시화 등 메모리 사업의 영업환경 개선이 확인될 수 있다”며 “특히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HBM 관련 내용이 나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