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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9명은 모르는 도넛에 가운데 구멍 생긴 이유

베이커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최근 바게트나 크루아상보다도 ‘도넛’이 더 인기다. 프랑스의 젊은 세대의 식습관이 바뀌면서 미국의 도넛을 비롯한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시기를 지나면서 젊은 세대의 입맛이 바뀌고, 그 틈을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적절하게 공략한 덕분이라 이야기된다. 지금부터는 글로벌 전역에서 인기인 먹거리 메뉴 ‘도넛’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도넛의 정의

 

도넛은 소맥분에 설탕, 버터, 계란 등을 혼합하고, 기름에 튀긴 패스트푸드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지만, 양이 많고 열량도 높아서 간단한 한 끼 식사로 도넛을 소모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세계 대공황의 시절에는 사설 구호소에서 실업자에게 전달되는 일종의 구호식으로 커피와 도넛이 애용되기도 했다. 만들기도 쉽고, 고열량식이라 누구나 쉽게 열량을 채울 수 있는 먹거리였던 덕분이다.

 

도넛의 어원

 

도넛이라는 말은 반죽을 뜻하는 ‘Dough’에 견과류를 뜻하는 ‘Nuts’가 합쳐진 것이다. 도넛의 원형이 되는 튀긴 베이커리의 형태는 지금과는 달랐다. 기름지게 튀긴 케이크의 색깔이 마치 견과류와 같은 갈색이라서 ‘밀가루로 만든 견과’라는 의미에서 지금과 같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넛을 일본식 표현인 ‘도나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는 중장년층을 제외하면 이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넛의 기원

 

도넛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지만, 가장 지배적인 설은 미국으로 이민을 온 네덜란드계 미국인이 즐겨 먹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네덜란드인은 튀김 요리를 즐겼으며, 도넛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튀긴 요리들을 다양하게 섭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들이 소비하던 도넛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다. 돼지기름에 밀가루 반죽을 말아 건져낸 뒤, 설탕에 굴린 형태였다. 즉, 도넛의 상징인 ‘구멍’이 없었다.

 

도넛에 구멍이 생긴 이유

 

도넛의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생긴 것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다. 150년 전 한센 그레고리라는 미국인 함장이 항해 중에 방향키를 잡고 있을 때에도 도넛을 먹을 수 있도록 가운데에 구멍을 내 방향키에 걸어두고 먹으면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한 사람의 행태가 전체의 식문화를 바꾼 게 아니라, 도넛을 구울 때 가운데 부분이 잘 익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었다는 설이 현재는 가장 유력하다.

 

던킨 VS 크리스피

 

도넛은 현재 ‘Donut’으로 주로 표기된다. 초기의 표기법인 ‘Doughnut’의 철자를 지금과 같이 줄인 것이 ‘던킨도넛’이었다. 도넛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양대 산맥으로는 바로 이 던킨도넛과 ‘크리스피크림도넛’이 꼽힌다. 크리스피크림도넛은 1933년, 던킨도넛은 1950년부터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두 브랜드의 제품이 모두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 양대 산맥 외에도 노티드도넛, 올드페리도넛 같은 소규모 브랜드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의 잼 도넛, 베를리너

 

전 세계의 도넛이 모두 같은 형태를 취한 것은 아니다. 밀가루 반죽을 튀김에 튀긴 음식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하게 소비되어 왔다. 우리나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전통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독일 지역에서는 ‘베를리너’라는 메뉴가 도넛의 일종으로 주로 소비된다. 밀가루 반죽 안에 잼을 넣은 도넛의 형태로, 이스라엘의 수프가니야, 폴란드의 퐁체크도 비슷한 형태로 제조된다.

 

스페인식 도넛, 추로스

 

우리가 놀이공원 등지에서 주로 먹는 추로스(츄러스) 또한 도넛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버터, 밀가루, 물, 설탕 등의 재료를 섞은 다음에 주머니에 담아 짜내고, 그걸 굽거나 튀긴 후에 설탕과 시나몬 가루 등을 묻혀 완성한다. 결과물은 다른 형태라도 제조 방법 자체는 도넛과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추로스를 ‘멕시칸 도넛’이라 부른다. 일각에서는 추로스가 중국에서 포르투갈로, 다시 스페인으로 건너간 요리라 보기도 한다.

 

꽈배기와 유사한 형태의 크룰러

 

크룰러 또한 도넛의 한 형태다.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도넛 프랜차이즈들도 크룰러 도넛을 주요 메뉴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프랜차이즈 미스터도넛의 경우에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프렌치 크룰러’가 꼽히기도 한다. 크룰러는 밀도가 높은 밀가루 반죽을 꼬아서 튀긴 후, 설탕이나 시나몬 가루 등을 입힌 먹거리다. 크룰러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어의 ‘말리다’는 표현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의 도넛, 소네트

 

‘소네트’는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도넛으로, 가운데에 구멍이 없이 둥글게 만든 도넛이다. 중앙에는 잼이나 크림 등이 가득 차 있고, 설탕을 뿌려 완성한다. 소네트는 히브리어로 스펀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한나카 축제에 소비한다. 한나카 축제는 유대교의 축제로, 이 기간에는 주로 기름에 튀긴 음식을 먹는다. 기름에 튀긴 밀가루 음식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네트로, 안에 채워지는 잼은 딸기, 라즈베리, 바닐라 등이 주를 이룬다.

 

포르투갈의 말라사다

 

‘말라사다(코코넛 도넛)’는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는 도넛이다. 가운데에 구멍이 없이 작고 둥글게 만든 도넛에 코코넛 크림을 가득 채웠다. 말라사다는 포르투갈어로 ‘나쁜 것’을 뜻한다. 포르투갈에서는 마르디 그라 축제에 코코넛 도넛을 주로 소비한다. 현재 말라사다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하와이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하와이 지역에서는 말라사다 도넛 믹스를 마트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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