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과정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을 해줘야 할 상황에 놓였다.
1심에서는 700억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내주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조 3800억원을 재산분할하고 위자료로는 20억원을 줘라”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최 회장의 ‘유책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열거하며 엄하게 꾸짖었다. 사실상 질타에 가까웠다.
지난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1조3808억원의 재산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재산 분할하고 정신적 손해 배상을 위해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다. 가사전문 법관들 사이에서도 액수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민국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액수가 재산분할·위자료로 산정된 것은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혼인관계’ ‘신뢰관계’를 언급하며 여러 차례 최 회장을 꾸짖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관계가 2008년 11월 이전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2008년 11월은 김 이사장이 이혼한 때다. 즉 김 이사장이 이혼하기 전, 최 회장과 관계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혀 있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편지 내용을 두고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라며 최 회장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김 이사장을 취직시켜준 점도 언급했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이 과거 저지른 횡령 사건의 공범이다.
재판부는 2008년 이전에 이미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근거로 “김희영이 전 남편과 2008년 6월 미국에서 이혼할 때 판결문에 김희영의 직업이 김원홍이 투자하던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직원으로 적혀있다”라고 언급했다.
노 관장이 2009년 5월 암 진단을 받은 것에 최 회장의 부정한 행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과 외부에 공개적으로 김 이사장의 ‘혼외 자녀’ 존재를 알린 것도 문제로 짚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 이사장과의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마치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이와 같이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9년 2월부터는 (노 관장이 사용하는)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라며 “최 회장이 노 관장의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에 더해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동거하면서 최소 219억원 이상의 돈을 지출했고, 한남동에 주택을 지어 김 이사장에게 무상거주하게 한 점 등도 노 관장을 힘들게 했다고 꼬집었다.
최종적으로 “최 회장은 최소 십수년간 이런 태도와 행위를 통해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의적 유책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라고 재판부는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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