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면 고통 없이 죽음 이르는 ‘안락사 캡슐’ 첫 사용자, 사용 부적합 판정 후 스위스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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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캡슐’ 첫 사용자로 지정됐던 미국인 여성, 스위스서 실종

Sarco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10분 이내에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안락사 캡슐’ 첫 사용자가 될 예정이었던 미국 여성이 실종됐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를 개발한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은 첫 사용자로 지정됐던 55세 미국인 여성 A씨가 캡슐 사용을 거부당한 후 7월 중순 실종됐으며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7월 17일 조력 죽음이 예정되어 있어 스위스로 향한 A씨는 안락사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7월 중순 실종됐다고 한다.

30일 아침 스위스 취리히주 경찰은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엑시트 인터내셔널 창립자 필립 니치케(Philip Nitschke) 박사는 A씨의 사르코 사용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그녀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안락사 지원보다는 정신 건강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임이 분명했다”라고 설명했다.

니치케 박사는 “지난 몇 주 동안 A씨의 상태와 진술을 봤을 때 그녀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며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직 A씨를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니치케 박사는 사르코를 사용하려는 지원자들의 사전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는 10분 안에 저산소증 유발해 행복감 느끼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한편 2019년 처음 공개됐던 ‘사르코’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영단어 ‘sarcophagus(석관)’의 줄임말이다.

사르코는 내부의 산소를 질소로 대체해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한다.

죽음을 원하는 이들은 먼저 의사에게 정신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보라색 캡슐 안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의 신상에 대한 정보와 버튼을 누르면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여기까지 통과하면 “죽고 싶으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이 재생되고,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

니치케 박사는 “이렇게 낮은 수준의 산소를 두 번 호흡하면 의식을 잃기 전 방향 감각을 잃고 조정력이 떨어지며 약간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며 “의식이 없는 상태가 5분 정도 유지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캡슐 안에서의 죽음은 저산소증과 저탄산증, 즉 산소와 이산화탄소 결핍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공포나 질식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버튼을 누른 후에는 마음을 바꿀 수 없다. 니치케 박사는 “일단 버튼을 누르면 되돌릴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NewsFlash

한편 스위스 검찰은 사르코 사용과 관련해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스위스 샤프하우젠주 공공검찰 피터 슈티허(Peter Sticher) 검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극단 선택을 유도하고 방조한 니치케 박사에 대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죽음 방법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죽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식으로 이를 통제하는지 불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위스 형법 제115조에 따르면 극단 선택을 돕는 행위는 법적 처벌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생명 옹호 단체들은 사르코가 극단 선택을 사소화하고 미화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생명 옹호 단체 책임자는 “필립 니치케의 장치는 다양한 평론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많은 이들이 극단 선택을 사소하게 여겨지고, 심지어 미화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극단 선택이 비극이며 좋은 사회는 모든 상황에서 이를 예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도 인간을 돕는 윤리적인 방법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위스에서는 안락사가 합법인 국가로 ‘디그니타스(Dignitas)’와 ‘엑시트(Exit)’와 같은 조력자살 서비스를 매년 수백 명이 이용하고 있다.

사르코는 과거 여러 장애물에 부딪혀 왔다. 사르코의 개발자들은 2021년 스위스에서 법적 검토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위스의 일반적인 의료 기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스위스 의약품청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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