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웅 정신병원서 숨진 30대 여성… 전문가 “코끼리도 쓰러뜨릴 ‘고용량 진정제’ 투여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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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입원 17일 만에 숨진 30대 환자… 코끼리도 쓰러뜨릴 고용량 진정제 투여

SBS '8 뉴스'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재웅이 운영하는 부천더블유(W)진병원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가운데 의료진이 코끼리조차 쓰러질 정도로 강한 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겨레는 정신병원 입원 17일 만에 숨진 박 모 씨(33)에게 투여된 약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오남용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박씨는 지난 5월 10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유학 생활을 하다 귀국한 박씨는 7년 전부터 내과병원 등에서 대표적인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대웅제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이후 지나친 수면과 결벽증 등 디에타민 중독 증세가 나타나자 이에 벗어나기 위해 서울의 몇몇 대학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았고, 어머니의 권유로 부천더블유진병원에 최대 4주 예정의 입원을 하게 됐다.

입원 첫날부터 박씨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등 낯선 환경에 대해 강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이 면담 뒤 그냥 돌아가면서 박씨는 체념한 채 입원을 받아들였다.

박씨가 있던 격리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입원 첫날인 5월 10일 그가 한참 동안 환복을 거부하며 의료진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후 3시 55분께 박씨는 의료진이 준 약물을 삼켰다.

경과기록지에 따르면 이날 박씨가 복용한 약은 페리돌정 5mg, 아티반정 1mg, 리스펠돈정 2mg, 쿠아틴정 100mg, 쿠에틴서방정 200mg이었다.

10년 차 정신과 전문의 강 모 씨는 해당 약물에 대해 “환자가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었다기보다는 입원 등 환경 변화로 거부 반응이 극심한 상태였는데 (다른 방법으로 이를 완화하려 하지 않고) 첫날부터 급성 조현병 또는 양극성 장애 조증에 준하는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강 전문의는 “(의료진이) 하나의 약으로는 충분한 진정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들은 대부분 항정신성·향정신성 약물이고, 특히 리스펠돈은 고역가(단위 밀리그램당 강한 효과)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약들을 섞어 주사를 만들면 코끼리조차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한 약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후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박씨는 졸림과 처짐을 느끼고 과도한 진정상태를 보이면서도 수시로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전문의는 피해자가 입원 이전 복용하던 디에타민 성분인 펜터민 금단현상으로 인한 식욕 증가와 의료진이 투여한 정신과 약물의 ‘식용 항진효과’가 겹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5월 14일 기록에는 박씨가 횡설수설한다고 적혀있으며, 19일부터는 섬망 증세도 기록되어 있다.

박씨의 어머니 임 모 씨(60)는 한겨레에 “입원한 이후부터 딸아이와 통화를 해보면 늘 정신이 혼미해 있었고, 딱 한 번 면회를 했을 때는 비틀거릴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강 전문의는 정신작용제 부작용으로 소화기와 근육계통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정신작용제의 흔한 부작용으로 항콜린 부작용(구강 건조, 장운동의 저하, 소화불량, 변비, 배뇨 곤란, 안구 건조, 섬망 등)과 함께 근육 계통의 부작용(근육 떨림, 급성 근긴장 이상, 좌불안석증,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의료진의 체크가 초반부에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섬망은 정신과적 부작용이 아니라 소화기 계통 및 근육 부작용의 누적으로 생겼을 수 있는데, 이를 정신과적 증상으로만 보고 약으로 잠재우려 한 것 같다” 짚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장의 흡수와 연동운동의 정체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 폐색이나 패혈증성(전신성 염증반응 증후군) 쇼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막판에 “대변물을 흘렸다”라는 진료기록 또한 소화기 폐색과 함께 배변 조절이 안 됐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고용량 진정제, 사망한 날까지 지속적으로 투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상황에도 의료진의 고용량 진정제 투여는 사망한 날까지 쭉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투약 기록에는 약 때문에 졸리고 처진 피해자가 약을 삼키지 못하자 후반으로 갈수록 경구약보다 주사제가 쓰인 것으로 되어 있었다.

피해자가 약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가’가 높은 주사제를 썼다는 것이다.

결국 박씨는 5월 26일 격리실(안정실)에 갇힌 채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렸으나 병원 측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보호사와 간호조무사는 5월 27일 0시 30분 박씨의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두 시간 동안 묶어놓기까지 했다.

이후 박씨는 숨을 헐떡이고 코피를 흘려 강박에서 풀려났으나, 그로부터 1시간 30분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급성 가성 장폐색’을 사인으로 추정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강 전문의는 박씨가 부천더블유진병원 입원 전 복용했다는 디에타민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디에타민이) 다이어트약으로 쉽게 여겨지고 소비되는 측면이 있는데, 심한 부작용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연구 결과 디에타민의 성분인 펜터민에 대해 심장 독성, 심한 의존성과 남용을 이유로 2000년 시장에서 퇴출당한 약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시판되고 비급여 약물로 분류돼 국가 모니터링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점점 처방이 증가해 왔다.

강 전문의는 정신과 약물이 정신질환을 완치시키는 ‘치료제’라기 보다 심리, 행동 어려움을 완화하는 ‘조절제’에 가깝다며 약을 적절히 활용하고 관계 중심적인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족은 당시 박씨를 병원 측이 방치해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며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병원장 양재웅 등 의료진을 경찰에 고소했다.

양재웅은 지난달 30일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유족에게 사과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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