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연고전’ 훈련 중 사망한 고려대 럭비부 선수… “감독은 ‘엄살’이라며 운동장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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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지훈련 중 사망한 고려대 럭비부 선수, 방치 의혹

사진 = 인사이트

고려대학교 럭비부 선수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받던 중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감독과 코치진이 쓰러진 선수를 ‘엄살’이라며 방치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지난 2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숨진 A 선수의 동료들은 감독과 코치진들의 방치로 치료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9일 고려대 럭비부 A 선수는 일본 전지훈련 도중 쓰러졌다. 정기 연고전에 대비한 훈련이었는데 ‘셔틀런’이라고 불리는 왕복달리기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A 선수는 이날 9시 45분부터 40분 넘게 이 훈련을 받았다. 32도가 넘는 폭염에 훈련을 받던 선수들은 구토를 몇 번씩 하면서도 압박에 훈련을 이어갔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훈련일지에는 오전 11시께 A 선수가 쓰러졌다고 적혔다. 하지만 같이 훈련한 동료들의 주장은 달랐다.

한 동료 선수는 “라커룸 들어가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던 게 10시 35~36분이었다”며 “당시 (A 선수는) 꿈틀꿈틀거리고 침 흘리고 말 똑바로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A 선수가 에어컨이 있는 로커룸으로 옮겨진 게 아닌 뜨거운 운동장에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동료 선수는 “쟤 또 엄살 부리는 거구나, 포기한다 또. 더위 먹은 거니까 그냥 내버려둬라. 그게 방치의 시작이었다”며 “감독이나 코치가 엄살이라며 놔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다음 달 정기전까지 맡고 싶다” VS 선수들 “납득 안돼”

심각한 탈진 증상을 보이는데도 전문 의료진 없이 트레이너가 보살폈다고 한다. 30분가량이 지나고 A 선수가 다리 경련을 일으키자 11시께 구급차를 불렀다.

일본 현지 관계자는 “열이 40도까지 올랐고 (의사 말이) 열사병이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있으면 그 친구(A 선수)가 왔을 때는 이미 4단계였다”고 밝혔다.

A 선수는 다음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후 럭비부는 남은 훈련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코치진은 A 선수의 사망 때문이 아닌 태풍과 지진 때문이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동료 선수들은 A 선수가 숨진 사실을 코치진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어야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음 달 예정된 정기 연고전까지 팀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선수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동료 선수는 “사람이 죽었는데 한 경기를 자기를 믿고 따라 달라(는 거냐)”며 반박했고 다른 선수들 역시 감독 ‘보이콧’에 나서며 학교 측에 경질을 요구할 계획이다.

고려대 측은 “방치된 게 사실로 드러나면 정기 연고전을 포기하고 감독을 경질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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