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지방은 식물성 지방보다 얼마나 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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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방(fat)’에 대해서는 무척 민감하다. 지방은 분명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원 중 하나다. 세포막을 형성하는 주요 구성요소이며,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코르티솔 등 다양한 호르몬의 재료이기도 하다.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를 흡수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런 다양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늘 적대적인 시선을 받는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1g당 9kcal라는 높은 효율의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에 지방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한몫 한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 ‘식물성 지방’을 위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채소나 과일이 육류에 비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식물성 지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물으면 정확하게 설명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여기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와 미국 은퇴자협회(AARP)가 약 40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24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식습관에 따른 24년 간의 건강 연구

NIH-AARP는 식이 및 건강 연구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연구는 지난 1995년부터 시작돼, 2019년까지 24년에 걸쳐 추적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참여자 평균 연령은 61세였고,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더 많았다.

참여자들은 연구 참여 등록 당시 124가지 식단 항목으로 구분된 식습관 설문지를 작성했다. 특히 곡물, 견과류, 식물성 기름 등 식물성 지방 공급원과 고기, 유제품, 계란 등 동물성 지방 공급원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24년의 추적 조사 기간 동안 약 18만5천 건의 사망 기록이 있었다. 이중 심장질환이 약 4만5천 건, 뇌졸중이 약 1만1천 건이었다. 연구진은 사망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는 요인들을 조정한 다음, 기존에 제출한 설문지의 식습관 및 섭취량과 연관지어 해석했다. 식습관에 따른 사망 위험을 계산하기 위함이다.

‘적색육 지방’ 섭취량과 사망 위험은 비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식물성 지방의 섭취량이 증가해도 사망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동물성 지방 중 생선을 통한 지방 섭취량이 증가할 경우, 사망 위험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제품과 계란, 붉은색 고기의 섭취가 증가했을 때,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육류 중 백색육의 섭취는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데 기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닭고기, 칠면조 고기, 다리살을 제외한 오리고기, 돼지 등심 및 안심 부위 살코기 등이 일반적으로 백색육에 해당한다.

식단을 바꾸면 사망 위험 감소

연구에서는 ‘유지하던 식습관을 바꿨을 때 사망 위험이 달라지는지’ 역시 중요한 테마였다. 연구진은 붉은 고기, 유제품, 계란으로 섭취하던 칼로리의 5% 정도만 같은 양의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했을 경우 사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사망 위험이 최소 4%에서 최대 24%까지 낮아졌으며,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역시 5%~30%까지 낮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의 영양학 교수 월터 윌렛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동맥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방성 플라크’가 쌓인다. 이는 LDL 콜레스테롤, 지방질, 세포 찌꺼기 등이 포함된 축적물이다. 이는 동물성 지방을 활발히 섭취하던 사람이 언제부터 ‘건강한 지방’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는지에 따라 심혈관 건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 최신화가 반영되었는가?

이 연구 결과는 대체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윌렛 박사는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최신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했을 때, 24년이라는 추적 조사 기간동안 식단을 바꾸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연구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차이는 더 많은 데이터 오류를 만들었을 것이고, ‘식단과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이라는 본래 목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윌렛 박사의 말이다.

동물성 지방의 위험, 실제로는 더 높을 수 있어

또한, 식품 분야에서 있었던 트렌드 변화 및 이슈가 반영됐는지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윌렛 박사는 연구가 시작됐던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식물성 기름이 포함된 식품들에서 ‘트랜스 지방’이 제거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설문지에 나열된 124가지 식단에서 식물성 지방을 포함한 식품의 30~40% 정도는 당시 기준으로 트랜스 지방을 포함한 음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 지방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심각하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식품 제조 과정에서 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트랜스 지방이 더 빨리 제거되기 시작했거나, 연구 시작 시점에 보다 완벽히 배제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1995년 당시부터 식물성 지방 위주로 섭취하고 있던 사람들은 더 나은 건강상 이점을 얻었을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동물성 지방 위주 식단을 오랫동안 섭취할 경우, 실제 연구에서 도출된 것에 비해 ‘더 높은 사망 위험성’을 갖고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NIH-AARP의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식물성 지방이 동물성 지방에 비해 건강에 훨씬 유익하다’는 것. 다만, 데이터 불완전성에 의한 차이를 고려하면, 실제로 식물성 지방은 훨씬 더 안전하거나, 동물성 지방은 훨씬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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