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분장팀장 조은혜, 하반신 마비 후 검객으로 변신… 꿈의 무대 ‘패럴림픽’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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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대신 칼 잡은 국가대표 조은혜

파리 패럴림픽 무대에 선 조은혜 /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영화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던 조은혜(39·부루벨코리아)가 붓을 내려놓고 칼을 들었다. 그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조은혜는 2017년 개봉해 680만 명의 관중을 모은 영화 ‘범죄도시’에서 분장 팀장으로 일하며 흥행을 도왔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 ‘굿바이 싱글’ 등에 출연한 배우들의 분장이 대부분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조은혜의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는 당찬 꿈은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낙상 사고를 당하면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조은혜는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휠체어에 앉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꾸준한 재활 치료를 받으며 여러 가지 운동을 접하다가 우연히 TV에서 휠체어 펜싱 경기에 매료됐다.

흰색 펜싱복을 입고 칼을 들고 싸우는 선수들의 모습에 반한 조은혜는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휠체어에 앉은 조은혜는 휠체어로 다시 일어섰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돼 가면서 훈련에 매진했고 두 번째 출전 만에 대회 3등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하지 못한 승리의 희열을 느낀 그는 장애인이 된 뒤 떨어진 자존감을 확실하게 극복해 냈다.

하반신 마비에도 끝까지 도전해 태극마크 따내

그렇게 태극마크까지 달게 된 조은혜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APG)에서 동메달 2개(에페 단체전, 사브르 개인전)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23 전국장애인체전 3관왕, 2023 이탈리아 테르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도 목에 걸었다. 지난 5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쓸기도 했다.

이제는 패럴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세계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플뢰레 카테고리 B 16강에서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패자부활전을 통과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올랐다.

그러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지난 올림픽 챔피언인 이탈리아의 베아트리체 비오를 만나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경기 후 눈물을 펑펑 흘린 조은혜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며 “더 많이 연구하고 분석해 다음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5일 권효경(23·홍성군청), 백경혜(24·한전KDN)와 함께 플뢰레 단체전에 나서고 오는 6일에는 주 종목 에페에서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조은혜의 사연에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댓글에는 “포기하지 않은 의지가 대단하다”, “본받고 싶은 끈기다”, “멋있는 사람”, “꼭 메달 따길”, “응원합니다”, “금빛 찌르기 가자!!” 등의 반응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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