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기 살려고 진통 견디며 제주서 인천까지… ‘의사’ 찾아 440km 날아온 고위험 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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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임신부, 전공의 이탈로 의사없어 제주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공의 이탈 등 의료 인력이 줄어들면서 전국에서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험 임신부가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제주에서 인천까지 400km 넘게 이동해야 했다.

지난 1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9일 임신부 고 모 씨(30)는 조기 출산 위험으로 오전 11시께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제주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대병원은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16개 병상 중 2개 병상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기존 2명씩 서던 당직을 1명만 서면서 인력 부족으로 고씨를 받지 못하고 전원 조치했다.

고씨는 440km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까지 소방헬기로 이송됐다.

고씨 부부는 소방헬기의 연료가 부족한 탓에 충남 소방항공대로 1차 이송된 뒤 인천행 헬기로 갈아타기도 했다.

구급차 이송 시간까지 포함해 고씨가 제주대병원에서 인하대병원으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3시간 30분에 달했다.

이송 중 진통 억제 약물까지 떨어지면서 고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진통을 견뎌야 했으며, 아이를 조기 출산할까 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일반적인 임신 기간은 40주이지만, 임신 25주 차인 고씨가 만약 조기 출산한다면 아이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호자 “인구 60만~70만 제주에 의사가 없어 헬기타고 이송될 줄 상상도 못해”

고씨의 남편 우 모 씨(31)는 연합뉴스에 “인구가 60만~70만 명인 제주도에 의사가 없어 헬기를 타고 400km 넘게 이동할지 상상도 못 했다”며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대병원에서 이송 과정에 의사 1명을 붙여줬지만, 링거주사 용량을 확인하는 것도 미숙하고 관련 장치 조작이나 환자 케어도 부족해서 불안했다. 진통제가 떨어지면서 아내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니까 너무나도 불안했고 30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고향 제주도를 원망했다”라고 토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행히 고씨는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조기 출산 위기를 넘긴 상태다.

이송 전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고 자궁도 수축했던 고씨는 현재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씨는 “담당 교수님은 일정이 많아 바쁜 상황에서도 저희를 받아줬다고 바쁜 상황에서도 저희를 받아줬다고 한다. 이송 시간은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교수님께는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부탁했다.

이어 “저희는 힘들게 위기를 넘어갔지만 또 다른 임신부에게 비슷한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씨를 담당한 최수란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기 출산했을 경우 아이는 무게 870g 정도의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신생아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일단 최대한 분만 시기를 늦추도록 치료했고 안정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올해 8월까지 3,597건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건수(4,227건)의 85%를 넘어선 수치다.

응급실 진료를 두 번 이상 거부당한 횟수는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하루 평균 2만 명 수준인 응급실 이용 환자가 추석 명절 등 연휴 기간에 3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응급실 대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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