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는 순간 You’ll be alright” 가사에 맞춰 멤버 둘이 뽀뽀하는 모션을 취하자 소녀팬들의 환성이 터졌다. 매 순간 새로운 역사를 쓰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콘서트 현장이다.
지난 5,6일 플레이브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앙코르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Hello, Asterum! ENCORE)를 성료했다. 지난 4월 개최한 첫 번째 팬 콘서트의 앙코르 버전으로 규모는 2배가량 커져 약 1만 2천명 수용이 가능한 장소이나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5일 공연장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플리(팬덤명)들은 드레스코드인 흰색으로 맞춰 입고 삼삼오오 모여 응원법을 연습했다. 각 멤버들의 고유색에 맞춰 뱃지, 머리띠, 키링 등을 착용하기도 하고 밤비의 소울푸드로 알려진 ‘곤약 쫀드기’와 멤버의 모습이 담긴 부채, 엽서, 스티커 등 각종 굿즈를 나눠주기 바빴다. 공연장에 입성하자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최애 누구냐”, “예준이 한 스푼 더했다” 등 대화를 주고받으며 설레는 마음을 나눴다.
공연은 데뷔곡인 ‘기다릴게’로 포문을 열었다. 각자의 파트에서 멤버들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자 함성이 이어졌다. 라이브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안정적인 실력을 선보였고 허벅지를 밟고 올라가는 등 고난도 안무도 소화했다. 은호는 오프닝 인사로 “(4월보다) 더 큰 공간에서 사랑스러운 플리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고 하민은 “여러분의 오빠”라고 귀엽게 인사했다. 또한 덤벨을 본따 양쪽에서 불이 나는 응원봉이 너무 예쁘다고 언급하자 단체로 사레레(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운동을 따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노아는 “한쪽만 커지면 비대칭 되니까 눈 위까지 올려야 정확하게 먹는다”고 자세를 알려줬다.
이어 ‘I Just Love Ya’, ‘왜요 왜요 왜?’, ‘버추얼 아이돌’에 이어 최초로 선보이는 ‘Pump Up The Volume!’ 무대가 시작하자 응원법은 더 커졌다. 스크린에서 보여진 무대 효과가 실제로도 펼쳐지며 화려한 조명과 폭죽 등 다양한 연출이 어우러져 즐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플레이브 멤버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인사이드 플리(INSIDE PLLI)’ 코너도 진행됐다. 멤버들이 플리의 감정이 된다는 컨셉으로, 순식간에 귀여운 소품을 착용하고 각각 기쁨이 은호, 슬픔이 예준, 버럭이 하민, 까칠이 밤비, 불안이 노아로 변신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퀴즈를 푸는 ‘TMP’ 코너에서는 하민이 안무 연습 모니터링할 때 밤비가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아 분노를 느꼈다고 고백했고 노아는 식단을 관리하고 있어 은호가 간짜장을 먹자고 했을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토크 시간임에도 멤버들은 순발력을 발휘하며 재치 있게 진행했다.
‘파우치’ 코너에서는 다양한 챌린지를 보여줬다. 댄스 라이벌로 꼽히는 은호와 예준은 에스파의 ‘아마겟돈’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랩퍼라인 은호와 하민은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을 커버했고, 노아와 하민은 EXO의 ‘으르렁’ 댄스를, 노아와 밤비는 빙빙 돌면서 데이식스의 ‘녹아내려요’를 불렀다. 예준과 밤비는 골반이 튀어나올 듯 ‘삐끼삐끼 챌린지’를 선보이며 유쾌한 시간을 선사했다. 참여한 지니TV ‘나의 해리에게’ OST도 짧게 들려줬다. 다섯 명은 화음을 맞추며 “그때 널 안아줬다면 네 손 놓지 않았다면 우리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가사를 애절하게 소화하며 ‘후회 남주’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어서 멤버들의 솔로 커버곡 무대도 펼쳐졌다. 지난 4월 콘서트와 선곡은 같으나 디테일이 달라졌다. 밤비는 뒤에 진행될 무대 의상인 장갑을 끼고 있어 웃음을 자아냈고 ’Next Level’ 듀엣 무대에서 밤비의 파트였던 “예쁘게 봐주세요”를 은호가 귀엽게 소화했다. 이외에도 핸드 마이크로 바뀌며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퍼포먼스가 추가된 하민의 ‘The Search’, 열정적인 무대매너를 보여준 노아의 ‘Drowning’,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곁들이고 최상의 목 컨디션을 보여준 예준의 ‘On The Ground’까지 화려하게 연출했다.
교복을 입고 밴드 버전의 청량한 ‘여섯 번째 여름’ 무대에 이어 처음으로 선보인 검정색 제복으로 ‘Watch Me Woo!’도 보여줬다. 스테인드글라스 배경으로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밤비와 노아가 4월 콘서트와는 다른 포즈로 뽀뽀하는 모션을 취했는데 공연장 뚜껑이 열릴 만큼 폭발적인 함성이 쏟아졌다. 은호의 랩파트에서는 의자가 추가되어 여유로운 제스처를 보여줬다.
상상치 못한 연출도 보여줬다. 멤버들이 “플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진행하고 싶다”고 말하며 암전이되자 공연장은 혼란스러운 듯 웅성거렸다. 이어서 감미로운 전주와 함께 반짝이는 무대 장치가 돌출 무대로 내려왔고 객석 방향의 스크린이 차례로 내려오며 멤버들을 비췄다. 플리들에게 둘러싸인 플레이브는 ‘From’, ‘Dear. PLLI’를 노래하며 연신 인사를 하고 하트를 날렸다. 예준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아름답다”고 말했고 은호는 “제 앞의 플리분이 따라 부르는 걸 직접 목격했다”며 “너 말이야 너”라고 가리켜 플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지막 곡으로는 ‘WAY 4 LUV’를 선보였다. 플리들은 “앵콜” 대신 “잠깐 기다리면 돌아오겠지!”를 있는 힘껏 외쳤다. 플레이브는 미발매곡인 ‘12:32 (A to T)’를 선보이며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멤버들은 이전부터 소통 앱인 버블로 ’12시 32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호는 곡 소개를 하며 “두 번째 점심시간이다”고 말했고 밤비는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일치되는 시간이다”고 밝히자 멤버들이 저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마지막 소감으로 예준은 “여러분 덕분에 제 인생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어졌다. 플리만을 위해서 노래할 것이고 다음 챕터를 향해 달려갈 것이니 기대 많이 해달라”고 전했다. 은호는 플레이브의 수상 기록을 나열하며 “플리와 함께 버추얼이라는 편견과 섣부른 판단들을 하나씩 깨부수고 있는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노아는 “주시는 사랑 절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중한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서 ‘Merry PLLIstmas’, ‘우리영화’, ‘Pixel world’를 끝으로 성황리에 종료했다. 마지막에는 멤버들의 진심이 담긴 손편지가 스크린에 송출되며 짙은 감동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는데 코레오그래피에 하민, 밤비의 이름만 올라있어 두 멤버가 모든 무대의 안무 구성과 창작 등 총 연출을 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플리의 로고를 비추며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고 다 올라가자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끝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쯤에서 팀명의 뜻을 다시 살펴본다. 플레이브는 ‘플레이'(Play)와 ‘리브'(Rêve·꿈)의 합성어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지녔다. 플리는 ‘플레이'(Play)+’리얼리티'(Reality)의 합성어로 현실에서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섯 번의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여섯 번째 여름으로 가는 땀방울의 결말은 헛된 길이 아니라는 걸 몸소 증명한 플레이브와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며 현실에서 무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팬덤. 현 K팝 시장에서 이토록 이상적인 사이가 여실히 보여진 사례가 있을까. 항상 가능한 현실을 만들어줬다는 예준의 말처럼 플레이브의 플리의 다음 현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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