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 번역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널리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6)는 13일(현지시각) 한강이 기자회견을 거부한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사흘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스미스 역시 한강의 입장에 공감하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스미스는 이날 X에 한국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의 기사를 공유하며 기사 속 일부 문장을 인용했다. 그는 별도 의견을 덧붙이지 않고 한강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스미스가 인용한 문장은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다” 세 문장이다. 한강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딸 한강의 뜻을 대신 전한 내용이었다.
스미스는 한강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하며 한강 작품을 세계 무대에 알린 주역이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힌 그는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학(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한강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영어로 옮겼다.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한강의 작품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스미스의 행보와 발언에 많은 이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미스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한강과 관련된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예원과 함께 번역한 번역가 페이지 모리스의 글을 리트윗하며 간접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모리스는 노벨 문학상과 관련해 번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을 게시했으며, 스미스는 이를 재공유하며 번역가들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리스는 “노벨 문학상 대화의 전면에 번역가를 내세워 준 언론인들에 감사한다”면서도 “번역가에게 연락할 때는 기본적인 공감과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스미스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출판사는 “한강의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에 있어 거대한 승리”라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강의 작품을 전달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강 작품을 영어권에 성공적으로 소개한 주역인 이 출판사는 번역가들의 공로를 인정하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번역 문학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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