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치매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매의 명확한 원인을 찾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완치는 불가능에 가깝고, 진행을 늦추는 것만이 최선이다. 치료제 개발과 별개로, 발병 위험 예측과 예방,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스마트링’을 활용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된다. 치매를 정복해가는 데 있어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정된 초고령사회, 복병은 치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7%다. 인구 구조상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화가 시작돼, 채 20년이 되지 않은 2017년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향후 대략 2~3년 사이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질환을 꼽자면 ‘치매’다.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질병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발견해왔지만, 여전히 치매는 정복하지 못한 중증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65세 이상인 경우가 약 69만 명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23년 65세 이상 총 인구가 약 900만 명이니, 약 13% 정도가 치매 진단을 받은 셈이다.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은 상태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즉, 치매 발병률과 건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복대상은 알츠하이머
‘치매’라 불리는 질환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알츠하이머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루이 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이 알츠하이머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적게는 55%, 많게는 70%가 알츠하이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유형인 셈이다.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다만,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투여할 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생긴다. 환자마다 치료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치료제를 적용할 환자를 선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신속·정확한 검사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검사방법의 필요성
기존 선별검사로 활용되는 ‘신경심리검사’는 언어적 이해력, 기억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평가함으로써 인지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보편적 검사법이다. 하지만 이는 동일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학력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검사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어 객관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같은 검사를 여러 번 실시하면서 검사에 익숙해지면 실제 인지 능력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뇌 MRI, PET-CT 검사는 효과적이지만 높은 비용이 드는 검사법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검사법은 아니다. 이에 따라 혈액으로부터 특정 단백질을 검출함으로써 치매를 예측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링’을 활용한 치매 예측 연구
이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스마트링을 활용하는 검사법을 연구하고 있다.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링’을 통해 신체활동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치매를 예측하는 임상연구다. 강동우 교수는 (주)브레디스헬스케어와 함께 ‘2024년 바이오 의료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과제에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 및 사업화’로 선정됐다.
강동우 교수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에 예측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혈액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에 스마트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하고,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스마트링은 스마트 워치와 유사하게 심박수, 체온, 호흡, 운동량, 산소포화도,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단, 손가락에 착용할 수 있고 복잡한 조작 없이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첨단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워치에 비해 대체로 배터리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도 유리하다.
비침습적, 저비용 검사법 개발 목표
강동우 교수팀은 연구 1차년도에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그 임상 성능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기술보다 약 10,000배 높은 감도로 바이오마커를 검출할 수 있는 ‘디지털 면역분석(Digital ELISA)’ 기술을 활용해 진단 키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 2차년도에는 스마트링으로 수집한 데이터와 혈액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통합,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고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동우 교수는 “이 연구는 치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보다 정확한 예측과 조기 진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 상태를 종합 평가하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여, 비침습적이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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