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하면 수많은 질병이 정복됐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질병도 있고, 인간의 몸이 복잡한 만큼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굵직한 진보를 거듭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개인 입장에서 건강을 관리하기도 더욱 수월해졌다. 과거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물론 예방을 위한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현재 내 건강 상태가 어떤지를 알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생각보다 자주 실시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생각없이 받거나, 혹은 깜빡하고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건강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가장 기본, 만성 질환 조기 발견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의 주된 목적은 ‘조기 발견’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신체계측, 혈압 측정, 혈액 검사가 실시된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 항목을 통해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대사 관련 질환이 있는지, 위험한 단계는 아닌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질환은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손상을 축적시키며 나중에는 수많은 질환으로 이어지는 기반을 형성하게 된다. 높은 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 당뇨로 인한 신경 손상, 비만으로 인한 염증 확산 등이 대표적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사 관련 질환 중 한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젊은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올해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는 30세 이상 성인 절반 이상이 ‘위험군’에 해당한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본인에게 혈압, 혈당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본 건강검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항목이라면 단연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가 아닐까 싶다.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수치, 간 기능, 신장 기능, 수분 균형, 전해질 균형, 염증 상태, 요로 감염 등 두 가지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무척 많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대략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맞춤형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건강 관리, 이것이야말로 건강검진의 필요성 중 가장 핵심이 되는 항목이다.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검사 항목
20대부터 시작되는 기본 검진은 보통 2년에 한 번씩 받게 돼 있다. 특히 건강보험에 가입된 직장인 및 지역가입자는 본인의 생년 끝자리가 홀수인지 짝수인지에 따라 검진을 받으면 된다. 홀수년도 출생자라면 홀수 해에, 짝수년도 출생자라면 짝수 해에 기본 검진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다가올 2025년에는 생년 끝자리가 1, 3, 5, 7, 9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검진 대상이다.
매번 빠짐없이 제 일정에 맞춰 검진을 받아온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연령대에 따라 기본 검진 항목은 조금씩 늘어난다. 20~30대는 보통 신체계측, 혈압, 혈액, 소변 등 기본 검진항목을 적용한다. 40대부터는 위 내시경과 대장암 검사를 추가로 받을 수 있고, 50대부터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특정 암에 대한 검진이 포함된다.
물론, 위 내용은 전액 지원 혹은 일부 지원 등 건강보험에서 지원이 되는 항목을 나열한 것이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사가 있을 경우, 연령에 상관없이 추가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추가 신청 건에 대한 비용은 본인 부담률이 높다는 점만 유념하면 된다.
하지만 1~2년에 한 번 정도인 검진인 만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실제로 암이 자주 발생하는 연령대에서는 검진을 통해 특정 암을 0~1기 사이에 발견해 별 무리 없이 조기 치료에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방암의 경우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보고되는 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로 충분하다.
‘관리하고 있다’라는 심리적 안정감
정기적인 건강검진 필요성은 ‘심리적 안정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아무리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해도, 실제로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전문가에 의해 분명하게 확인을 받아야만, 그 습관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조정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건강검진은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중간 성적표’이자 심적 안정을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만성 질환의 위험은 없는지,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중대 질환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미리 확인함으로써, 건강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강 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나는 충분히 건강하게 살고 있다’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더라도 ‘지금부터라도 관리하면 된다’라는 목표를 정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건강검진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 자신이 올해 또는 내년에 건강검진 대상자인지를 잘 모르겠다면?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또는 건강보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상자 여부 확인부터 검진 신청까지 가능하다. 건강관리협회에서 운영하는 검진센터는 물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민간 병원에서도 검진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신청하면 된다.
또한, 건강검진은 가급적 상반기 안에 신청해서 받을 것을 권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미뤄두었던 검진 대상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검진 날짜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1월 중에 적당한 날짜를 미리 선택해서 신청해놓고 검진을 마치는 편이 좋다.
청년들에게 강조되는 건강검진 필요성
오는 2025년 1월부터는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우울증 또는 조기정신증 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첫 진료비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20대~30대 젊은 연령층에서의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는 발생 3개월 이내에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3개월 내 치료는커녕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진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정신건강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체로 젊은 연령대의 건강검진은 누차 강조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청년층에서의 만성 질환 위험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른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20대~30대 발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초기 단계에 발견해 관리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커질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활력이 넘치고 체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상 발생하는 이상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루이틀 푹 쉬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여기는 증상들이 어쩌면 큰 병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늘 지니고 있을 필요가 있다. 때때로 찾아오는 불필요한 불안감에 시달리느니, 적극적인 검진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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