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육(red meats)’은 조리하기 전 생고기 상태에서 붉은색을 띠는 육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식생활 트렌드에서 비중이 높아진 양고기 역시 적색육에 해당하며, 비교적 드문 편이지만 염소고기도 마찬가지다.
적색육은 고품질의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해준다. 특히 고기의 붉은빛은 높은 철분과 아연 함량을 나타낸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헴 철분(heme iron)’을 포함하고 있어, 철분 공급에 탁월한 식품으로 꼽힌다. 또한, 비타민 B군 중 동물성 식품으로만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B12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동시에 적색육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식품군이기도 하다. 보통 위와 장 등 소화기에 발생하는 질환부터 비만과 같은 대사 질환, 심혈관 질환, 각종 암 등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 9월 랜싯(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적색육 소비가 ‘2형 당뇨’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내용을 알아보도록 한다.
문제는 포화지방 함량
일반적으로 적색육은 ‘포화지방’의 함량이 높다. 포화지방은 여러 형태의 지방 중 안정성이 높은 형태에 속한다. 따라서 체내 섭취된 후 간을 비롯한 체내에 쌓이기 쉬우며, 이로 인해 지방세포가 비대해지게 만든다.
축적된 지방 또는 과도하게 커진 지방세포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주요 원인이다. 과도한 염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호르몬의 신호 전달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염증이 인슐린의 신호 전달 경로를 방해할 경우, 인슐린이 분비됐음에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인슐린이 부족하다고 인식해 더 많이 분비하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 조절을 원활하지 않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포화지방은 인슐린 수용체를 둔하게 만들거나 기능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법, 세포 대사를 변화시켜 인슐린 반응을 줄이는 방법, 식욕 조절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경로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적색육이 2형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동물성 단백질, 유념해야 할 것
흔히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라는 점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분명 중요한 장점이지만, 무엇이 됐든 마냥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육류와 계란, 유제품 등의 동물성 단백질에는 대체로 ‘분기형 아미노산(BCAA)’의 함량이 높다. BCAA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과 ‘이소류신’, ‘발린’이 포함된다. 모두 근육 대사 및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랜싯의 논문에 따르면, 최근 연구를 통해 BCAA의 과도한 섭취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제기됐다. 포화지방과 마찬가지로 인슐린의 신호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류신의 경우 세포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류신은 주된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이 때문에 과도한 류신 섭취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류신은 필수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무조건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대두나 콩류, 오트밀과 퀴노아 등 곡물류, 견과류 등 식물성 식품으로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통해 섭취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류신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므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한 철분 흡수율의 그림자
적색육에는 풍부한 철분이 함유돼 있다. 동물성 식품에 주로 함유된 철분을 가리켜 ‘헴철(heme iron)’이라 한다. 이들은 식물성 식품으로 공급되는 비헴철(non-heme iron)에 비해 높은 흡수율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가 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적색육의 철분 함량에 비해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철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철분은 보통 남성 10mg, 여성 15mg 정도다. 소고기의 경우 100g당 2.5~3.0mg, 돼지고기의 경우 100g당 1.0~1.5mg의 철분이 함유돼 있다. 고기를 넉넉하게 먹는다고 하면 상당한 양의 철분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섭취한다고 해도 흡수율을 고려하면 저 양이 모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매일, 끼니마다 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고기를 폭식에 가깝게 먹지 않는 한 철분 섭취량이 초과할 우려는 그리 높지 않다.
다만 또 하나의 포인트를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흡수되지 못한 철분은 체내에서 자유로운 활성 상태로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때 산화 반응을 일으켜 세포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사용되지 않고 남는 철분은 축적됐다가 필요할 때 방출되지만, 그 양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잉여 철분을 잘 배출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철분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한 염증 반응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메시지 : 적당량만 먹을 것
이밖에도 랜싯의 논문에서는 적색육과 2형 당뇨 사이의 연결고리를 몇 가지 더 지적한다. 적색육에 풍부한 ‘콜린’과 ‘L-카르니틴’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되는 과정에서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 및 2형 당뇨와 관련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적색육은 종종 그릴이나 팬을 사용해 고온에서 구워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 AGEs라는 화합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존에도 적색육은 영양적 이점보다도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더 부각돼 왔다. 이번 랜싯에 발표된 논문은 2형 당뇨와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면서, 적색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 깔린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적당량만 섭취하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기왕이면 적색육은 신선한 고기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은 높은 염분과 첨가물 등 해로운 요소가 추가되기 때문에, 영양소 공급원으로서의 적색육이 가진 이점마저 희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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