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누리기 위한 ‘심리적 풍요’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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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꽤 오래 전 일이 됐지만, 한때 모 코미디 프로그램의 마지막 테마곡이 들리면 기분이 가라앉던 시절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의 끝, 다가올 월요일을 맞이해야 한다는 신호와도 같았던 탓이다. 

물론 개개인의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시간은 흐르고 매주 월요일은 찾아왔다.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음 주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버티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군가 사고방식을 바꾸려 시도한 사람이 있고, 그것에 성공해 보다 나은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서는 지난 12월 26일, ‘일상의 지루함을 바꿔 좋은 삶을 얻기 위한 세 가지 심리 전략’이라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심리학과 철학을 교차·통합하여 탐구하는 학술 저널 「철학심리학(Philosophical Psychology)」에 2020년 게재된 논문을 비롯해 여러 심리학·철학 연구를 토대로 한 글이다. 그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행복과 심리적 풍요의 차이

과거 한때 사람들은 ‘행운’을 기원했다. 수많은 세잎클로버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고, 그것에 행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위에 무성한 세잎클로버가 ‘행복’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행복으로 옮겨갔다. 그 후로 사람들은 한동안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다시 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은 그대로지만, 무엇을 행복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고 할까. ‘더 컨버세이션’에서는 이 지점에서 ‘심리적 풍요’라는 개념을 내비친다. 이는 ‘강력한 인지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행복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기쁨, 즐거움, 만족감 등이 모두 행복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행복은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느 한순간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리적 풍요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의미 있음, 만족감, 성취감, 자아실현 등을 의미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행복의 한 범주에 속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기분이 좋은 상태를 넘어 ‘깊이 있는 경험과 깨달음’을 포함한다. 이런 이유로 심리적 풍요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내 삶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라는 뿌리로부터 행복감이 지속되는 것이다.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심리적 풍요'의 핵심 / Designed by Freepik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심리적 풍요’의 핵심 / Designed by Freepik

마음챙김 2.0, ‘그냥’ 주목해보기

2018년 ‘심리적으로 풍부한 삶(The psychologically rich life)’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철학심리학 저널 2020년 33호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서는 심리적 풍요로움을 위해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그 중 두 가지는 ‘호기심’과 ‘창의성’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나머지 한 가지가 중요하다. ‘더 컨버세이션’에 글을 기고한 미들베리 대학의 철학과 교수 로레인 베서는 ‘마음챙김 2.0(mindfulness 2.0)’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름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방법은 그리 낯설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판단하지 않고 주목하는 것’이다. 명상을 배우거나 마음챙김 수행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 익숙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일상들이 있다. 대부분의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별 생각없이 지나친다. 하지만 정말 그것들이 ‘당연한’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되고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잡았을 뿐, 그들 중 무엇 하나도 당연한 것은 없다. 

로레인 베서 교수는 이런 식으로 ‘특정 사물에 주목해보는 것’이 마음챙김 2.0의 첫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에 있는 어떤 사물, 운전석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창밖에 보이는 어떤 지점 등이다. 예를 들자면 보도블럭의 모양,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에 떨지 않을 수 있도록 설치된 폐쇄형 버스 정류장이 있겠다. 

핵심은 구태여 관여할 필요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이다. 그것들을 시작점으로 삼아 관련이 있는 다른 생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가보는 것.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별 것 아닌 일상에 주목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 Designed by Freepik
별 것 아닌 일상에 주목해보는 연습을 해보자 / Designed by Freepik

호기심과 창의성으로 연결

세부사항에 주목하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비로소 ‘호기심’과 ‘창의성’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야 할지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레인 베서 교수는 몇 가지 예제를 제시한다. ‘버스 정류장은 항상 이 자리에 있었나?’, ‘정류장 벽면에 붙은 광고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이 이상한 광고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뭐지?’

혹은 특정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디에서 내리는지 등에 주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특정 사람을 주목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그리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원리는 창의성으로도 연결된다. 호기심이란 곧 질문이고, 그에 대한 답은 검색을 통해 찾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색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검색해서 찾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면 차선책은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거나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면서 채워지지 않는 조각들을 자신만의 그럴듯한 생각으로 채워보는 것이다.

베서 교수는 “사람들은 종종 창의성을 예술가나 발명가에게 타고난 재능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창의성은 마음에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새로운 일,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는 순간 사람은 이미 창의적이 된다는 설명이다. 익숙한 레시피에 사소한 요소를 바꿔보는 것도 창의성에 해당한다.

생각의 작은 변화로부터

무언가에 의문(호기심)을 갖고 그에 대한 답(창의성)을 내릴 때, 그 사람의 그 순간은 참신함으로 채워진다. 이것이 ‘심리적 풍요’의 기본이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과정에서 강력한 형태의 인지적 참여가 자극된다는 논리다.

베서 교수는 “아주 조금만 창의성을 발휘해도 일상에 참신함이 더해진다”라고 이야기한다. 평소에 입지 않던 옷을 입어보는 것,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배경 화면을 낯선 무언가로 바꿔보는 것, 평소라면 사지 않던 사소한 간식거리를 사는 것, 잘 쓰지 않는 문구류를 바라보며 ‘나라면 이것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 모든 것이 하루를 참신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출발점은 ‘마음챙김 2.0’, 즉 무엇이든 눈에 들어오는 아무 것에나 주목하고 관찰해보는 것이다. 순간의 참신함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지루함은 희석된다. 늘 같은 풍경과 같은 생각이 가져오던 무색무취의 모든 것에 색깔과 향기를 입히는 것과 같다. 

작은 변화가 쌓여 한 시간을 바꾸고, 다시 그 시간이 쌓여 하루를 바꾼다. 이것이 거듭되면 아주 보통인 하루를 보내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추구하게 된다. 그쯤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심리적 풍요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심리적 풍요는 '매 순간에 집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 Designed by Freepik
심리적 풍요는 ‘매 순간에 집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 Designed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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