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했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운동을 쉬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탄탄했던 근육이 다소 물러지는 경향이 생기는데, 이를 두고 “근육이 지방으로 변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과학적·의학적으로 정확한 말은 아니다. 근섬유와 지방은 물질적 측면에서의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육 내 지방 침윤(Muscle Fat Infiltration, MFI)’이라는 개념에서 비추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근육 조직 내부에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축적될 수 있으며, 이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근육 안에도 지방이 쌓일 수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의료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지방이 골격근에 침투해 축적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근육의 외형적 부피는 유지될 수 있지만, 실제로 근섬유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력 감소의 원인이 된다.
근섬유 기능이 감소하면 일상적인 활동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근육의 수축 능력과 신경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감소하게 된다.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됨에 따라 발생하는 부정적인 면이 근육 조직 내에서도 발생하게 되므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은 복부, 엉덩이, 허벅지 등 특정 부위에 주로 쌓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지방 세포’에 저장된다. 지방 세포는 체내 곳곳에 분포하며 필요에 따라 지방을 저장하거나 방출한다. 즉, 지방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그것이 어디든 지방이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근육에도 지방 세포가 존재한다. 다만, 본래 근육 내 지방 세포는 근육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지방을 저장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하지만 잉여 에너지가 과도하게 공급되는 현상이 반복되다보면 근육 내 지방 세포가 과도하게 축적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MFI의 본질이다.
MFI,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흔히 알다시피, 남성과 여성은 근육의 발달 양상이 다르다. 그렇다면 근육 내에 지방이 쌓이는 현상에 있어서도 다르게 나타날 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UT 사우스웨스턴 의료센터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11세부터 79세까지 총 64명의 남성과 43명의 여성을 모집했다. 보편성을 고려해 다양한 인종의 참가자들을 선별했다.
그런 다음, 근육의 크기가 크고 지방 축적 경향이 높은 하체를 중심으로 MRI 스캔을 진행한 뒤 그 영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성의 경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MFI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연령보다는 체중이 증가할수록 MFI가 심화되는 패턴이 나타났다.
피하지방의 경우 여성은 평균 8.9mm, 남성은 평균 4.3mm로 여성이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 역시도 여성은 연령이 많을수록 두꺼워지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남성은 반대로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MFI와 골수 단면적(BMA) 사이에도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뼈 구조가 약해질 경우 주변 근육으로 지방이 더 쉽게 침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MFI가 발생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넘어지거나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과 일치하는 결과다.
근감소 및 골다공증, 성별에 따른 접근 필요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근감소증 및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을 치료할 때 성별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연령보다는 체중과의 상관관계가 더 높게 나타난 만큼, 근감소나 골밀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비만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간혹 발견되는 ‘근육형 과체중’ 유형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진다. 근육은 주로 단백질과 수분으로 구성되며, 부피와 기능 면에서 최적화된 구조를 띤다. 정상적인 수준의 지방 세포를 가지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근육의 부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근육의 부피가 커 보이는 경우는 두 가지 가능성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근육을 더 크게 단련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MFI가 발생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상적인 수준의 단련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근육의 부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부위 근육이 부자연스럽게 커 보인다면 MFI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는 전반적인 체중 감량을 통해 체지방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정도가 심할 경우는 의료 또는 운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형을 교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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