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 염증? 이 둘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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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세포’하면 보통 에너지 저장소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지방은 1g당 9kcal를 발생시키는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니까. 하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과도한 지방 세포가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된다’라는 이야기를 익히 듣는다. 이쯤 되면 ‘지방 = 염증’이라는 공식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지방의 본래 기능은 에너지 저장소가 맞다. 하지만 염증은 면역과 관련된 작용이다. 에너지와 면역은 언뜻 보기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해보인다. 지방 세포가 염증물질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까?

지방 세포, 어떤 기능을 하나

지방 세포는 몸 곳곳의 지방조직을 이룬다.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이 대표적이며, ‘근육 내 지방’이라고 해서 근섬유 사이에도 존재한다. 근육 내 지방이 많아지면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부피가 커 보일 수 있는데, 보통 운동선수와 같이 높은 강도의 훈련을 반복하는 경우와 과체중, 비만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 세포 하면 흔히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역할로만 인식한다. 섭취한 지방을 분해해 지방산의 형태로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방출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여기에 더해 호르몬과 염증 물질 분비로 내분비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지방 세포가 분비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렙틴(leptin)’이다. 흔히 식욕 억제 호르몬이라 알고 있는 바로 그 호르몬이며, 그렐린과 함께 체내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또 하나의 호르몬은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다. 이는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항염증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다. 

한편, 지방 세포는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역할도 한다. 사이토카인도 여러 가지 세부 종류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염증 반응 및 면역 반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방 세포의 염증 메커니즘

염증이라는 단어는 보통 그리 좋은 뉘앙스가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짚어야 할 것은, 본래 염증이 손상이나 감염 등 ‘이상 상황’에 대한 방어작용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을 하나의 도시라고 봤을 때, 면역 세포는 치안과 안전을 유지하는 경찰이나 소방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때 염증은 경찰과 소방관들을 불러모으는 ‘신고’ 또는 ‘경보’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염증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에 염증 물질이 몰리며 면역 세포들이 활성화된다. 이들은 염증이 발생한 부위의 손상이나 감염 원인을 제거한 다음, 회복 및 재생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사고 처리를 비롯한 수습 및 복구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염증 반응에서 지방 세포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염증 물질은 간을 비롯해 면역 세포, 점막 세포, 혈관 내피세포, 신경 세포 등 여러 기관 및 조직에서 만들어지는데, 지방 세포 역시 그 중 하나다. 

‘지방 세포가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정상적인 상황에서 지방 세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다만, 기관이나 조직은 한정된 영역에 대해서 염증 물질을 생성하는 반면, 지방 세포는 전신 곳곳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넓은 영역에서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

정상적인 경우라면 전체적인 염증 시스템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아야 한다. 이 상태에서 염증 물질은 적당량이 생성되고 염증 반응이 해결되면 소멸되며 균형을 이룬다. 위와 같이 필요에 따라 발생하고 종료되는 염증 반응을 보통 ‘급성 염증’으로 구분한다. 

그 반대가 바로 ‘만성 염증’이다. 이는 염증 물질이 너무 과도하게 생기는 나머지, 염증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일어나거나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염증이 발생하고 해결되며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염증 물질이 항상 과도하게 존재하니 늘 염증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방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너무 많기 때문이다. 비만이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비대해지거나 과도하게 많아진 지방 세포는 그 자체로도 염증 물질을 계속 분비하게 되며, ‘비대해짐’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분류돼 면역 세포의 침투를 유도하기도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비유를 재활용하자면, ‘허위 신고’나 ‘과잉 신고’가 반복되는 것과 같다.

만성 염증 해결, 열쇠는 지방 세포

일상에서 염증으로 인한 문제를 자주 겪고 있다면 대부분 만성 염증을 앓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그만큼 염증은 흔히 일어나는 반응이라는 것, 그리고 염증으로 인한 면역과 회복의 균형이 어긋나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성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2형 당뇨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또한, 혈관 내피세포에 염증이 반복될 경우, 그 기능이 약해져 동맥을 경화시키고 각종 혈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해, 여러 다른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도한 면역 반응은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 ‘지방 세포’가 있다. 핵심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매우 비중 있는 포지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식습관 개선,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꿔가라는 낯익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 특히 강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지방 섭취를 ‘불포화 지방’으로 바꾸는 것이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통해 오메가 3를, 식물성 기름이나 씨앗류를 통해 오메가 6를 섭취하도록 하고, 그 외의 지방 섭취는 가급적 자제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항산화 성분이 있다고 알려진 음식을 꾸준히 챙겨먹으면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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