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마다 목표를 세우곤 한다. ‘체중 감량’이라는 최종적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하루 1시간씩 걷기’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건강한 식습관’ 또한 새해 실천 목표로 단골처럼 등장하는 항목이다.
다만, 건강한 식습관에서 주의해야 할 요소가 하나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많은 건강 식단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는 보통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어떤 이유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특정한 음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영국 킹스턴 대학의 약학 실무 수석 강사가 이와 관련된 글을 기고했다. 해당 글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주의할 식품 1. 자몽 주스
대부분의 약물은 복용했을 때 간에 의해 분해된다. 약물의 성분과 배합에 따라 작용하는 영역이나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분해 작업은 간에서 먼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간은 다양한 효소를 사용해 약물을 분해하게 된다.
자몽 주스에는 ‘푸라노쿠마린’이라는 화합물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간에서 사용하는 효소 중 ‘시토크롬 P450’이라 불리는 효소의 작용을 차단한다. 즉, 이 효소에 의해 분해돼야 하는 일부 약물이 분해되지 않고 축적될 수 있는 것이다.
시토크롬 P450이 차단됨에 따라 축적될 수 있는 약물 중에는 ‘시클로스포린’이라는 것이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그리고 피부 질환인 건선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약물이다. 이 성분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신장이나 간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자몽 주스는 ‘스타틴’이라는 약물의 체내 대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체내 농도가 증가할 경우 근육 손실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라면 자몽 주스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주의할 식품 2. 우유 및 유제품
우유, 치즈,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은 고품질의 단백질은 물론 칼슘을 공급해주는 좋은 식품이다. 필수로 챙겨야 할 다섯 가지 식품군 중 하나로 유제품류가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그 종류에 따라 유제품 섭취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생제의 일종인 ‘테트라사이클린’과 ‘시프로플록사신’은 유제품에 함유된 칼슘과 결합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항생제가 혈류로 흡수될 수 없게 되므로, 복용한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가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겠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내용이다.
한편, 유제품은 ‘레보티록신’이라는 약물의 작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갑상선 수치가 낮아지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물이다.
다만, 유제품과 약물의 상호작용은 보통 장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해당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유제품을 완전히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약물 복용과 유제품 섭취 사이에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둘 것이 권장되며, 구체적인 주의사항은 의료 및 약물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주의할 식품 3. 콩류
콩은 식물성 단백질과 섬유질의 대표 공급원이며, 많은 경우 ‘식습관 개선’의 구체적 방법으로 거론된다. 비타민과 무기질도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어, 다이어트 식단이나 건강식에 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완두콩과 같은 푸른콩 종류를 섭취할 때는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유의해야 한다. 푸른콩에 풍부한 ‘티라민’은 항우울제로 사용되는 ‘페넬진’이라는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페넬진의 성분이 체내에서 티라민을 분해하기 위한 효소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페넬진을 복용하면서 티라민이 풍부한 푸른콩, 콩 발효 식품 등을 먹게 되면 티라민 수치가 높아져 혈압이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는 페넬진과 유사한 기전을 가진 MAOI(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 항우울제) 계통의 약물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 약물은 최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편은 아니다.
주의할 식품 4. 녹색 잎채소
시금치와 브로콜리, 케일과 같은 녹색 잎채소는 낮은 칼로리와 풍부한 영양소, 섬유질 공급원으로 꼽힌다. 비타민 K의 공급원으로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혈액 응고를 방지하기 위한 약물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녹색 잎채소의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K는 섭취하는 것 자체로 혈액 응고 인자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심부전이나 심장판막 질환 등 혈액의 흐름과 관련된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주의해야 할 영양소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혈전 형성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때문이다.
심장과 혈류에 관한 약물 복용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다. 또한,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한 식단의 섭취는 중요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 비타민 K를 비롯한 영양소 섭취와 관련해 전문가와 면밀한 상담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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