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크게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으로 나뉜다. 엄밀히 따지면 갈색 지방은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가 사라지는 종류(갈색 지방)와 후천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종류(베이지색 지방)로 나뉜다. 하지만 그 역할 측면에서는 두 가지로 구분해도 무방할 것이다.
백색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갈색 지방은 에너지를 ‘연소’한다. 따라서 잉여 에너지의 과도한 축적이 문제가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갈색 지방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센터(CNIO)와 스페인 국립 심혈관 연구센터(CNIC)에서 갈색 지방과 관련된 단서를 발견했다.
갈색 지방,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지방 세포와 지방 조직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비만의 원인이라는 누명을 홀로 뒤집어 쓴 탓이다. 하지만 지방 조직이 백색과 갈색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방 조직의 핵심 역할은 ‘에너지 저장’이 아닌 ‘에너지 관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을 제기해본다. 갈색 지방은 왜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오히려 연소하는 역할을 하는가?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열 발생은 왜 필요한가? 체온이 떨어지는 등 가만히 있을 때도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으로부터 신체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답이다. 그 다음은 좀 더 깊게 들어간다. 그렇다면 갈색 지방은 왜 ‘갈색’을 띠는가? 이는 지방 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철분을 포함한 색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많이 모이면 불그스름한 색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즉, 갈색 지방 세포는 백색 지방 세포에 비해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들이 많으면 당연히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갈색 지방이 에너지를 연소한다고 말하는 이유, 나아가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갈색 지방을 활성화시키는 단백질?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갈색 지방이 무조건 에너지를 소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갈색이든 백색이든 기본적으로 지방 세포인 만큼,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은 동일하게 수행한다.
다만,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갈색 지방 세포가 더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비만 해소를 위해 백색 지방을 갈색(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꿔야 한다’라는 이야기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갈색 지방을 활성화시키면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하나의 추론을 해볼 수 있다. 갈색 지방과 백색 지방이 미토콘드리아 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연소를 통제하는 어떤 시스템이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에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닐까? CNIO와 CNIC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MCJ’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MCJ 단백질의 역할을 검증했다. 첫 번째는 비만 상태의 쥐 모델에게서 지방 세포의 MCJ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 두 번째는 MCJ 단백질이 제거된 지방 세포를 비만 상태의 쥐에게 이식하는 것. 두 가지 방법 모두 쥐의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작용 여부 점검이 선행돼야
물론, MCJ 단백질은 ‘스위치’ 같은 역할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가 단지 MCJ 단백질로 인해 열을 생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단백질과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이 갈색 지방의 에너지 소모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MCJ 단백질이 구체적으로 미토콘드리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원리가 무엇인지’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의 지식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확장’하는 개념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수행한 결과 “갈색 지방에 MCJ 단백질이 없는 쥐는 당뇨 및 혈중 지질 증가와 같은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즉, MCJ 단백질을 통제하는 것이 비만은 물론 그로부터 비롯된 대사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비만 환자에게서 MCJ 단백질을 차단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치료법 개발에 앞서 선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MCJ 단백질이 지방 외에 다른 조직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보는 것이다. 자칫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갈색 지방을 활성화시키려면
MCJ 단백질을 통제하는 것은 개인이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학계와 의료계에 맡겨두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 즉 갈색 지방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한다.
갈색 지방과 백색 지방을 가르는 근본적 차이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몸은 그에 맞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자극해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기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급격한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는 고강도 운동이라면 더욱 효과적이겠지만, 강도가 다소 낮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갈색 지방 세포는 UCP1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UCP1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에너지를 열로 변환하는 과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한편, 음식에서는 오메가 3 지방산과 단백질에 주목해야 한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염증을 줄이고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지방 세포의 분화 및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한다.
단백질의 경우 근육량 증가 및 대사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사를 활발하게 만들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즉, 운동 못지 않게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므로 스트레스 관리 기법에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수면을 충분히, 깊게 취함으로써 호르몬 균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 생각으로 기기 조작하는 BCI, 의료 활용성 기대
- 혈액 검사로 6종 암 조기 진단, 정확도 94% 넘어
- 뇌졸중 발생 위험, 망막 혈관 이미지로 판단
-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해주세요
- 전기 자전거 운동 효과, 과연 얼마나 운동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