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군이 건강에 중요한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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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내 미생물군을 주제로 하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었다. 원활한 소화 기능부터 면역력에 관여한다는 내용, 장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축을 언급하며 저마다 장내 미생물군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연구팀이 건강전문 미디어 ‘메디컬 익스프레스’를 통해 장내 미생물에 관한 최근 인사이트를 한데 모아 정리했다.

전신의 의사소통 센터

우리 몸에서 장이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대개 음식을 소화시키고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떠올린다. 장내 미생물군은 그 과정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역할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은 1차원적인 수준에서의 역할일 뿐이다. 

장내 미생물들이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포만감 호르몬(렙틴)을 비롯한 여러 화학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장 점막을 통과해 혈관계 또는 신경계로 퍼져나간다. 저마다의 목적에 맞게 각각의 신체 부위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면역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통해 질병 위험이나 발생 여부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나 당뇨를 앓고 있는 경우, 장내 미생물 구성에 비정상적인 면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좋은 음식’의 소화 및 흡수 차이

일반적으로 ‘좋은 음식’ 또는 ‘건강한 음식’으로 알려진 것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에 따라 실제 효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는 기본적으로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똑같이 사과를 먹더라도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에 따라 더 큰 이득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자 저칼로리 식단의 필수로 꼽히는 콩류 역시 마찬가지다. 단백질부터 섬유질까지 중요한 영양소를 고루 제공해주지만, 장내 미생물군에 따라 이로운 효능은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 ‘유익한 미생물’로 분류되는 것은 여러 종류가 있고, 저마다 잘 분해할 수 있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개인의 미생물군 구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룬드 대학의 장내 미생물 전문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군은 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몸에서 필요로 하는 세로토닌의 90%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하고 의욕을 자극하는 역할은 물론, 수면 유도에 중요한 멜라토닌의 전구체이기도 하다. 

흔히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 스트레스를 자주 겪는 사람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비활동성과 스트레스가 장내 미생물군을 손상시키고, 그로 인해 세로토닌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정신건강에 총체적 영향

장내 미생물군은 단순히 기분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반적인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룬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조현병이나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군 구성도 건강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군에 이상이 생겨 정신건강 질환을 일으키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겨 장내 유해균이 많아지는 것인지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자폐증을 유발한 쥐의 장내 미생물군을 개선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는 연구가 있었다. 

장내 미생물과 정신건강 중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이든 간에, 미생물군 개선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단, 쥐의 미생물군과 인간의 미생물군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장 건강, 핵심은 다양성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유익균, 해로운 작용을 하는 유해균도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이 있다. 저마다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어떤 사람의 장내 미생물군이 ‘건강하다’ 하더라도 실제 구성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유익균의 비율이 더 높게 유지돼야 하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유익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을 풍부하게 섭취하되,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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