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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 내부의 ‘트로이 목마’,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 기대

종양에 축적되어 종양 세포 내에서 항체를 생산 + 레이저에 감응해 방출이 가능한 나노입자 기반 면역 치료의 모식도 / 출처 : 포스텍
종양에 축적되어 종양 세포 내에서 항체를 생산 + 레이저에 감응해 방출이 가능한 나노입자 기반 면역 치료의 모식도 / 출처 : 포스텍

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종양 내에 ‘항체 공장’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전술과 비슷한 방법이다.

트로이의 목마 원리

트로이의 목마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있었다고 전해져 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를 점령하기 위해 10년 넘게 전쟁을 벌이던 중, 병사들을 숨긴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놓고 퇴각하는 척 모습을 숨겼다. 트로이는 이 목마를 기념물로 삼기 위해 성 안으로 들여놓았고, 밤을 틈타 숨어있던 병사들이 뛰쳐나와 성문을 열고 성을 함락시켰다는 이야기다.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인용되고 응용돼 왔다. 의료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나노입자에 약물을 포함시켜 특정 세포나 조직에 전달하는 기술이 트로이의 목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트로이의 목마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는 ‘내부 침투’라 할 수 있다. 포스텍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활용해 암 세포 내부로 침투하는 치료 전략을 세웠다. 암 세포 안에 면역 세포를 직접 침투시켜, 내부에서부터 치료 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면역관문 치료’의 한계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는 감염된 세포나 암 세포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를 인식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정상 세포와 암 세포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때 기준으로 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s)’이라 한다. 

정상 세포는 면역관문을 발현시켜 T세포로 하여금 ‘나는 정상이니 공격하지 말라’라는 신호를 보낸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T세포는 면역관문을 발현시키지 못하는 세포만 공격하면 되니, 수월하게 면역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암 세포들이 이를 따라한다는 점이다. 일부 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 마찬가지로 면역관문을 발현시켜 T세포의 공격을 회피한다. 이 때문에 ‘면역관문 억제 치료’라는 기법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그간 흑색종이나 폐암 등 여러 난치성 암에서 효과를 보인 바 있지만, 여전히 일부 암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암에서 T세포가 종양에 침투하지 못하거나, 주변 환경이 T세포 작용을 억제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식이다.

암 세포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방식

포스텍 화학과·융합대학원 김원종 교수 연구팀은 ‘CAPRN’이라 불리는 나노입자 플랫폼을 개발했다. Controlled Antibody Production and Releasing Nanoparticle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나노입자를 통해 항체를 생산하고 방출한다는 의미다.

암 세포는 약산성 환경을 선호하며, 이로 인해 대사 과정에서 산성 물질을 생성해 주변을 약산성 환경으로 만든다. CARPN은 이러한 약산성 환경에서 활성화되도록 설계된 나노입자다. 일반적인 정상 세포는 중성 환경에서 활발하게 기능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의 산성도(pH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암 세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CARPN은 종양을 발견하면 그 내부에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전달한다. 이렇게 되면 암 세포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내는 ‘항체 공장’이 돼, 내부에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면역세포를 피하는 방식으로 바깥에서의 공격은 억제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항체가 곧장 생산되는 방식은 회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트로이의 목마 원리를 매우 흡사하게 재현한 사례다.

여기에 더해 CARPN에는 ‘광감응제’가 포함돼 있다. 이는 특정한 파장을 가진 빛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약물이다. 내부에서 활성산소를 만들어 암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암 세포가 사멸하면 내부에서 만들어지던 항체들이 일제히 방출돼, 주변의 T세포들을 자극함으로써 면역 반응을 강화시킨다. 내부에서의 항체 생산, 활성산소  생성이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암 세포를 제거하고, 생산된 항체를 토대로 면역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전략이다.

암 세포 특성 활용한 ‘항체 공장’

포스텍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사용해 CARPN의 효과를 검증했다. 흑색종을 유발시킨 모델에서 원발성 종양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부위에 종양을 발생시킨 ‘양측성 모델’에서도 강력한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종양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항체를 생산하고, 사멸과 함께 그 항체들이 방출됨에 따라 기존의 외부 주입 방식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김원종 교수는 “종양 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대사 활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에서의 항체 생산도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종양 세포는 본래 빠르게 성장하고 분열하는 특성이 있으며, 그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대사를 수행한다. 기초 대사가 활발하면 에너지 소모량도 많고 그만큼 대사 산물도 많이 만들어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양 세포 내부에 주입된 ‘항체 공장’도 활발하게 가동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유전자와 항체 치료를 융합한 우리 연구팀의 CARPN이 암 치료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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