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려다 “범죄만 키웠다” … 제도적 허점이 알려지자 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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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소상공인 지원 취지 무색
미사용액 1조원 육박… 부정 유통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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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갓난아이가 상품권을 600만 원어치나 샀다고요?”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의 실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제도적 허점을 드러내며 악용되고 있다.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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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팔달신시장 한 마늘 가게는 5개월 동안 무려 900억 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해 전국 1위 환전 점포에 올랐다.

가게 주인은 브로커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모 명의의 가게를 추가로 등록했고, 이를 통해 매월 192억 원의 매출을 신고했다.

중간에서 브로커는 약 80억~90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가게 주인은 10억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처럼 상품권 환전을 통한 부정 유통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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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0~5세 아동 명의를 이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해에만 1,286명의 갓난아이가 온누리상품권을 총 76억 4,000만 원어치나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약 600만 원이었다. 이는 명백히 제도를 악용한 사례다.

효과 없는 온누리상품권, 해결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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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법적 허점을 파고드는 신종 범죄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온누리상품권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통시장과 상점가로만 사용이 가능하며, 편의점이나 치킨집, 카페 등 일상적인 소비처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이는 곧 상품권 사용 불편으로 이어지며 미사용액이 쌓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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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온누리상품권 미사용액은 1조 원에 육박했다. 발행된 상품권이 실제 사용되지 않고 은행으로 회수되지 않은 채 쌓이고 있는 것이다.

2019년에는 미회수액이 2,322억 원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6,037억 원, 지난해에는 9,436억 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온누리상품권의 사용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사용처를 확대하면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더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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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충렬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사용처 확대는 온누리상품권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류 상품권 대신 모바일·카드형 상품권 비중을 늘리고, 환전 한도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지류 상품권 월 최대 환전 한도는 5,000만 원으로 낮아졌으며, 개인 할인 구매 한도도 15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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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부정 유통을 예방하기 위해 전담팀을 신설하고, 온누리상품권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오는 3월부터는 지류, 카드형, 모바일형 상품권이 통합된 디지털 상품권이 새로 도입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적 전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으며, “제도 개선 없이 발행만 늘린다면 효율적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온누리상품권이 본래 취지대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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