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가 걸렸는데 “한순간에 빼앗긴다” … 정부의 냉정한 결단에 고령층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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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대상 운전능력 평가 강화
버스·택시·화물차 운전기사 생계 직격탄
고령층
사진 = 연합뉴스

“50년 넘게 도로를 달렸는데, 이제 와서 운전하지 말라면 어떻게 먹고살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강원도에서 30년 넘게 화물차를 운전해 온 김 모(69) 씨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지난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등 연이어 발생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생계가 걸린 고령 운수종사자들에게는 가혹한 결정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유명무실’한 검증, 강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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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최근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자의 자격유지검사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령 운수종사자는 신호등 인식, 표지판 이해 등 7개 항목의 자격유지검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는 비율이 1%에 불과했다.

심지어 의료적성검사로 이를 대체할 수도 있어, 실질적으로 대부분이 ‘면허 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고와 연관된 4개 항목 중 2개에서 4등급 이하를 받으면 탈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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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성검사로 대체하던 방식도 만 7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제한된다. 운전 중 실신 가능성이 있는 당뇨·고혈압 환자는 6개월마다 건강 상태를 점검받아야 한다.

재검사에도 제한이 생긴다. 기존에는 탈락해도 14일마다 무제한으로 재응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회 이상 탈락할 경우 30일이 지나야 재검사를 볼 수 있다.

네 번째 시험부터는 신규 운수종사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더욱 까다로운 평가를 거치게 된다.

대책 없이 면허 뺏으면 어쩌라고… 고령층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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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생계다. 현재 운수업 등에 종사하는 고령층이 갑자기 운전대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대체할 방안이 없다.

택시 기사 강모(73) 씨는 “희망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직업을 강제로 뺏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강화하는 것이 교통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청도에 거주하는 양모(68) 씨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도 모르겠고, 교통이 불편한데 대책도 없이 노인들 다니지 말라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건부 면허 도입 검토… VR 자가진단 시스템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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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고령 운전자 대상 ‘조건부 면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운전 능력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전 가능 시간과 이동 거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또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 갱신을 할 때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운전능력 자가진단 평가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VR 시스템을 활용한 자가진단 방식을 도입한다”며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컨설팅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동권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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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운전능력 검사는 보다 엄격해야 하지만, 단순히 합격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며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면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령자 취업률은 선진국 대비 3배나 높다”며 “운전 제한이 곧 취업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노인 일자리와 이동권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단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고령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강화된 운전면허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이들이 도로 밖에서도 안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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