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고 머리가 멍하고 흐릿한 느낌이 든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만으로 보기 어렵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이 ‘기상 직후의 멍한 상태’는 신체 리듬이 어긋났거나, 만성 스트레스가 뇌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자는 동안에도 뇌가 긴장을 풀지 못하기 때문에 기상 직후 더 큰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멍한 느낌은 실제로 뇌의 생리적 현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슬립 이너셔(Sleep inertia)’는 스트레스 지표와도 맞닿아 있다
아침에 깼지만 완전히 정신이 맑지 않고, 반응 속도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슬립 이너셔(Sleep inertia)’라 부른다. 보통 수면에서 깨어난 직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나타나며, 이 시간 동안 뇌는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상태로 기능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이 슬립 이너셔를 더 길고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자는 동안에도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며, 심박수·호흡·체온 조절 등 생체 리듬이 안정되지 못한 채 수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면의 회복력이 떨어지고, 아침엔 피로와 멍함이 더 두드러진다.
스트레스는 수면 단계의 질 자체를 망가뜨린다
수면은 단순히 오래 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깊은 수면(서파 수면)과 렘 수면 사이의 적절한 전환과 비율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이 수면 구조가 무너진다. 특히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은 렘 수면 비율이 낮고, 깊은 수면 단계로 진입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피로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무겁고 멍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결국 멍함은 단순 피곤이 아닌 뇌 기능 회복 실패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와 아침 각성 상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대표적인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원래 아침에 분비량이 가장 높아야 한다. 이것이 아침 각성을 유도하고, 활동을 시작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이 호르몬 분비 패턴이 불균형하거나 지연되어, 기상 후에도 몸이 쉽게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반대로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거나 늦은 업무로 인해 야간 코르티솔 수치가 오르면, 수면 중에도 뇌가 진정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다음 날 아침에는 더 멍한 기분이 강화된다.
단순 피곤과 구별되는 ‘스트레스성 멍함’의 특징
스트레스로 인한 기상 후 멍함은 단순 피로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눈을 떴는데도 방향 감각이 혼란스럽고,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며, 출근 시간까지 한참 지나도 집중력이나 언어 능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전날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자주 기억이 끊긴 듯한 느낌을 받고, 기상 직후부터 불안, 두근거림, 짜증 등의 감정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이는 스트레스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일찍 자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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